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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밤 이등병 ‘쭈뼛쭈뼛’…돈 안 받고 ‘특식’ 내준 식당 사장

입력 | 2024-01-22 10:33:00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


군부대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가 저녁 늦게 부대에 복귀하는 군인에게 음식값을 받지 않은 사연이 전해졌다.

최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경기 가평군에서 식당을 운영 중이라는 A 씨의 사연이 올라왔다.

A 씨는 “눈이 펑펑 내리던 날이었다”며 “손님도 없고 마감 시간도 돼서 정리 중인데 군복을 입은 앳된 군인이 혼자 들어왔다”고 운을 뗐다.

그는 “망설이다가 들어온 게 눈에 보였다”며 “이등병이던데 휴가 갔다가 복귀하던 중 밥시간을 놓친 모양이었다. 오후 8시가 다 됐는데 여긴 늦게까지 하는 식당도 없고 편의점도 없다”고 설명했다.

A 씨는 군인에게 앉으라고 한 뒤 알과 곤이, 두부와 콩나물을 듬뿍 넣고 끓인 찌개를 내줬다. 그는 “탕은 2인분이라 부담스러워할 것 같았다. 1인 메뉴가 없어서 평소 딸아이가 좋아해 딸에게만 해주는 특별식을 내줬다”며 “라면 사리에 공깃밥 두 개를 탁자에 두며 천천히 먹으라고 했다”고 전했다.

군인은 배가 고팠는지 밥 두 그릇을 뚝딱하고 알이랑 곤이, 라면 사리 등도 잘 먹었다고 한다. 이어 식사를 마치고 “귀대 시간이 촉박해서 남겼다.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음식값을 계산하려 했다.

이에 A 씨는 “메뉴에 없어서 돈을 받을 수 없다”며 음식값을 받지 않았다. 그러면서 “눈 오는데 조심해서 귀대하라”며 군인을 배웅했다. 군인은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한 뒤 식당 밖을 나섰다.

A 씨는 “(군인이) 한사코 계산하려 했지만 저는 ‘내 자식이 배고프면 어쩌나’하는 생각이 들더라”며 “다리를 다쳤는지 눈길을 절룩대며 걷는 뒷모습도 안쓰러웠다. 눈 오는 날 장사는 잘 안됐지만 푸근한 마음으로 마감했다”고 전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타지에서 군 생활 적응하기 힘들 텐데 이등병에게 사장님 가게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장사하며 인상 쓸 일이 많은데 배려하며 살아가야겠다” “군대 간 아들이 있어서 마음이 찡하다. 감사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