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藥이었던 탕후루, 毒이 된 이유[정세연의 음식처방]

입력 | 2024-01-22 23:30:00


정세연 ‘식치합시다 한의원’ 원장

탕후루는 긴 나무 꼬챙이에 샤인머스캣 포도나 딸기 같은 과일을 끼운 다음 설탕 녹인 물을 입혀서 만든 간식이다. 중국어로 ‘탕’은 설탕, ‘후루’는 박, 그러니까 설탕을 얇은 박으로 입혔다는 뜻이다. 최근 탕후루 열풍이 불면서 국내에 전문점들도 생겼다.

사실 탕후루는 약으로 쓰였다. 북송 시대 황제인 광종에게 황귀비라는 후궁이 있었는데, 병에 걸려서 어떠한 약을 써도 병이 낫질 않았다. 얼굴은 누렇게 뜨고 근육이 빠져가는 황귀비에게 송나라 어의는 산사나무 열매와 설탕을 달여 식전에 5∼10개씩 먹게 했다. 이후 황귀비가 완쾌하자 백성들은 산사 열매를 긴 나뭇가지에 엮어 먹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탕후루의 유래라 전해진다.

황귀비는 아마도 체기가 심하게 왔던 것 같다. 잘 못 먹어 쇠약해지던 중 소화를 돕는 산사에, 열량을 공급하는 설탕을 함께 먹으니 회복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산사는 한의학에서 소화를 돕는 대표적인 약재다. 설탕은 과거 영양이 부족했던 시대에 그 자체로 약이었다. 산사 열매는 그냥 먹으면 굉장히 셔서 위장에 심한 자극을 줄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도 설탕을 함께 먹은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설탕은 더 이상 약이 아니다. 지금의 탕후루는 산사 열매도 쓰지 않는다. 산사가 아닌 다른 달콤한 과일에 설탕을 입혀 만든 탕후루를 매일 먹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 몸에서 4가지가 망가질 수 있다. 첫째, 췌장이다. 췌장은 인슐린을 만들어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장기다. 탕후루 하나에는 성인 하루 당류 섭취 권고량 50g의 2, 3분의 1에 해당하는 10∼25g의 설탕이 들어간다. 많이 먹으면 당연히 췌장에 과부하가 걸리고 췌장의 기능도 점차 떨어지게 된다. 마카롱,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같은 달콤한 간식을 먹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췌장 다음으로 위험한 장기는 간이다. 탕후루는 과일의 과당에 설탕의 과당, 포도당이 범벅된 음식이다. 과당은 포도당처럼 직접적으로 혈당을 올리지는 않지만, 간을 통해 대사되기 때문에 과잉 섭취하면 간에 부담을 준다. 더구나 설탕에 열을 가하면 우리 몸의 혈관을 녹슬게 하고 염증과 암을 유발하는 당 독소가 생성된다.

탕후루같이 단 음식은 술, 담배처럼 중독을 일으킬 수도 있다. 설탕을 먹으면 우리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쾌감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짜증나거나 불안할 때마다 단 음식을 찾는다. 결국 단 음식을 더 먹는 악순환에 빠진다.

탕후루는 치아도 망가뜨린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치아와 구강 내 조직이 모두 약하기 때문에 설탕이 딱딱하게 코팅된 덩어리를 씹다가 치아가 일부 깨지거나 구강 점막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구강 점막에 염증이 생기면 외상성 궤양이 생기고 세균이 침투하게 된다. 어린이는 물론이고 어른도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정세연 한의학 박사는 음식으로 치료하는 ‘식치합시다 정세연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유튜브 ‘정라레 채널’을 통해 각종 음식의 효능을 소개하고 있다. 1월 기준 채널 구독자 수는 약 92만2000명이다.

※정세연 원장의 ‘탕후루 먹으면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 탕후루가 위험한 진짜 이유’ (https://youtu.be/6Ur-1-sFkRw?si=UrnJc4J4E2YGSXu2)
정세연 ‘식치합시다 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