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반군의 위협에 이란 구축함까지 홍해에 진출하면서 세계 물류에 비상이 걸렸다. 유럽에는 혹한이 찾아왔고, 유럽 경제와 우크라이나 전선은 더 추워졌다. 미국은 인플레이션만 걱정할 정도로 경제가 호황이지만, 군사력과 의지의 한계를 노출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망신을 당하고 있다.
미국의 굴욕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미국 대선의 결과가 답을 주지도 않는다. 대선 공약과 무관하게 상황에 따라 미국의 대응은 달라질 수 있다.
홍해에서 후티의 기세가 줄어들지 않자 문득 이런 질문이 생긴다. 이집트는 왜 가만히 있을까? 수에즈를 이용하는 선박이 줄어들면서 이집트는 막대한 재정 손실을 입고 있다. 이집트의 올해 예산이 약 87조4000억 원인데, 이 중 수에즈 운하 수입이 약 11조 원이다. 홍해 사태로 운하 수입의 80%가 감소했다고 한다. 이미 심각한 국가부채에 거액의 이자로 부도 직전인 상황에서 후티는 이집트를 말려 죽이고 있다.
반세기 전의 사례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바가 없다. 오히려 후티 반군은 더 강해졌다. 이집트도 곤혹스럽다. 개입하면 군사비 지출을 감당할 수 없고 개입하지 않으면 수입 감소를 해소할 수 없다. 후티는 이집트의 이런 사정도 계산했을 것이다.
1960년대에 이집트는 소련의 지원을 받았고, 미국은 이집트에 경제 제재를 가했다. 지금 이집트가 개입한다고 하면 러시아가 분노하고, 물론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미국이 고맙다고 밀어줄 상황이다.
우리는 지금 냉혹하게 변하는 세계를 보고 있다. 우리의 바다와 영공만 지킨다고 우리의 이익과 생존권을 지킬 수 없다. 약한 자의 정의는 내동댕이쳐졌고, 강한 자의 정의조차 조롱받고 있다. 우리는 평화로운 세상을 원한다. 그러나 이미 말로는 평화를 지킬 수 없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