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울-경기-인천 제각각 발행 정부 K패스, 전국 대중교통 할인 서울 기후동행카드, 시외에선 못써 경기-인천패스는 횟수 제한 없어
서울에 사는 대학생 A 씨. 경기 소재 대학으로 통학 중인 그는 광역버스도 수시로 이용한다. 이달 27일 서울시가 정액제 교통카드인 ‘기후동행카드’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데 이어 5월에는 국토교통부가 대중교통비 일부를 환급해주는 ‘K-패스’를 내놓는다. A 씨에게 유리한 카드는 무엇일까. 답은 K-패스다. 서울시 기후동행카드는 신분당선이나 광역버스 등 광역교통망엔 적용되지 않아서다. 청년(19∼34세) 혜택을 받는 A 씨로선 K-패스로 월 30%까지 환급받는 게 낫다.
A 씨처럼 혜택이 큰 카드가 비교적 명확한 경우도 있지만, 서울·인천·경기 생활권 내 많은 시민들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대중교통 할인 카드들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다. 일부에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미리 소비자들을 위한 통합적인 요금 할인 정책을 조율하지 못하면서 혼란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국토부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합동 기자설명회를 열고 기관별 대중교통비 지원 사업을 소개했다. 우선 서울시가 27일부터 기후동행카드 시범사업을 시작한 뒤 7월 전면 시행한다. 정부와 경기도는 5월부터 각각 K-패스와 ‘더 경기패스’를 시행하고, 인천시도 비슷한 시기 ‘인천I-패스’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만 4개 카드가 나오는 셈이다. 대중교통 요금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지만 거주지와 목적지, 이용 횟수 등에 따라 할인율과 적용 여부가 달라 시민들의 ‘절약 전략’도 복잡해졌다.
K-패스는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사용하는 경우 대중교통비의 일정 비율(일반인 20%, 청년층 30%, 저소득층 53%)을 월 최대 60회까지 돌려받는 제도다. 전철과 시내버스를 비롯해 신분당선, 광역버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모든 대중교통에서 사용 가능하다. 청년이나 저소득층이 아니면서 서울 내 이동이 잦은 경우는 정액제인 기후동행카드가 유리할 수 있다. 월 6만2000원(따릉이 포함 6만5000원)에 서울시내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지만 서울 밖에선 쓰지 못한다는 게 맹점이다.
경기나 인천 거주자라면 더 경기패스와 I-패스 혜택이 더 크다. K-패스와 환급률은 같지만 환급 횟수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환급률이 30%인 청년 연령 범위도 경기와 인천은 19∼39세로 정부(19∼34세)보다 넓다.
여러 개의 교통패스가 동시다발적으로 나오며 이용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그나마 경기와 인천은 K-패스를 기반으로 지자체별 혜택을 추가했지만, 서울은 시내 교통에만 혜택을 줘 셈법이 간단치 않다.
서울시내에서만 이동한다고 가정할 때 월 7만7500원(따릉이 제외) 이상을 쓰면 기후동행카드가, 그 이하일 땐 K-패스가 혜택이 크다. 월 10만 원어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K-패스로 30% 환급받아도 7만 원이 들지만, 기후동행카드는 정액인 6만2000원만 내면 된다. 따릉이를 포함할 땐 한 달 대중교통 사용액 8만1250원이 기준이 된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