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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샌티스, 중도하차하며 “트럼프 지지”… 트럼프, 대세론 업고 “헤일리도 사퇴를”

입력 | 2024-01-23 03:00:00

[뉴햄프셔 경선 현장 르포]
헤일리 “대관식 안돼” 사퇴론 일축
트럼프 “새 기록 세울 것” 압승 자신
WP “헤일리 두자릿수 패배땐 기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하차한 21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햄프셔주 로체스터의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체스터·뉴마켓=AP 뉴시스


로체스터=문병기 특파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46)가 23일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이틀 앞둔 21일(현지 시간) 경선 레이스에서 사퇴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한때 ‘똑똑한 트럼프’로 각광받았던 디샌티스 주지사의 사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세론’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공화당 유권자 대다수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다시 기회를 주고 싶어 한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나은 후보”라고 밝혔다.

그의 사퇴로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의 양자대결 구도가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뉴햄프셔주 로체스터 유세에서 “이제 공화당이 단결할 때”라며 헤일리 전 대사의 사퇴까지 거론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미국은 대관식으로 대선 후보를 정하는 나라가 아니다”라며 거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디샌티스의 사퇴는 헤일리 전 대사에게 넘기 힘든 장애물”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후보 지명에 또 다른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 트럼프 ‘대세론’ 날개, 후보 지명 성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로체스터 유세에서 “뉴햄프셔주에서 승리하기까지 이틀이 남았다. ‘부도덕한(crooked)’ 조 바이든(대통령)을 패배시키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외쳤다.

이어 지지층의 투표를 독려하며 “우리는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경선의 첫 무대였던 15일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51%의 지지를 얻었다. 당시 2위, 4위였던 디샌티스 주지사, 인도계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가 모두 경선을 포기하고 자신을 지지한 만큼 뉴햄프셔주에서 비당원 투표가 가능하더라도 아이오와주보다 더 높은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이날 뉴햄프셔주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CNN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50%의 지지를 얻어 헤일리 전 대사(39%)를 11%포인트 차로 앞섰다. 특히 디샌티스 주지사 지지층의 62%는 “디샌티스 사퇴 시 트럼프를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같은 날 에머슨대 조사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53%)과 헤일리 전 대사(37%) 간 격차가 16%포인트 벌어졌다.

● “헤일리, 두 자릿수 패배하면 사퇴 기로”

21일(현지 시간)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가 뉴햄프셔주 뉴마켓의 한 양조장에서 맥주잔을 놓고 지지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로체스터·뉴마켓=AP 뉴시스 

헤일리 전 대사 측은 이날 하루에만 뉴햄프셔주 곳곳을 누비며 7차례 유세를 했다. 후보 사퇴설 또한 일축했다. 그는 성명에서 “‘트럼프 대 바이든’ 재대결의 길로 갈지, 새 보수의 길을 찾을지를 유권자가 택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마지막 유세에서는 “저기 소리가 들리는가? 이건 바로 (나와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양자대결의 소리”라고 강조했다. 이날 유명 TV 프로그램 ‘저지 주디’의 주디 신들린 전 맨해튼 가정법원 판사가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했다.

다만 워싱턴포스트(WP)는 “헤일리 전 대사가 뉴햄프셔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패배하면 사퇴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고향이자 다음 달 24일 경선이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크게 뒤처져 있다. 트럼프 캠프 측은 “헤일리가 사퇴하고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으면 고향에서 창피를 당할 것”이라며 사퇴를 압박했다.



로체스터=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