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검찰 ‘한동훈 지우기’ 나서
2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의 상징성과 무게를 감안해 적임자 물색에 신중을 기울여 왔다. 법무부 안팎에선 총선까지 심우정 차관의 장관 권한대행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많았다. 여야가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총선 전에 인사청문회를 여는 것을 여권이 부담스러워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이 사퇴를 거부하자 박 전 고검장을 서둘러 낙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량감 있는 인물로 법무부 장관을 조기에 임명해 법무부·검찰 조직의 동요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18일 법무부 차관을 이노공 전 차관에서 심우정 현 차관으로 교체한 데 이어 새 법무부 장관도 박 전 고검장으로 낙점하면서 ‘한동훈 지우기’에 들어갔다는 해석도 나온다.
尹, 초임 검사때부터 박성재와 친분… 한동훈과 갈등에 조기 인선
법무장관에 박성재
차관 교체 5일만에 장관 인선
대검차장 신자용-검찰국장 권순정
박 전 고검장은 대통령실이 ‘포스트 한동훈’ 체제를 구상할 당시 처음으로 인선안에 올랐던 인물이다. 그와 함께 길태기 전 법무부 차관(66·15기)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윤 대통령은 자신보다 나이가 두 살 많은 길 전 차관 대신 박 전 고검장을 낙점했다. 유력한 법무부 장관 후보였던 김홍일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차관 교체 5일만에 장관 인선
대검차장 신자용-검찰국장 권순정
● 한동훈과의 갈등에 법무부 장관 조기 인선
경북 청도 출신인 박 전 고검장은 대구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1년 서울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장, 법무부 감찰담당관 등 검찰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윤 대통령은 대구지검 초임 검사 시절부터 박 전 고검장과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고검장이 당시 미혼이던 윤 대통령을 종종 자신의 집으로 불러 식사를 대접한 것은 검찰 내에서 유명한 일화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윤 대통령이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대구고검에 좌천됐는데, 당시 대구고검장이던 박 전 고검장이 이때도 윤 대통령을 챙기며 위로와 격려를 건넸다고 한다. 박 전 고검장은 윤 대통령보다 연수원 기수가 6기수나 위지만 자신보다 나이가 세 살 많은 윤 대통령에게 “선배님”이라고 깍듯하게 존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첫 검찰총장으로 문무일 당시 부산고검장이 내정되면서 박 전 고검장이 서울고검장에서 사직하자,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 대통령이 퇴임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 대검 차장-법무부 검찰국장 임명
신자용 대검차장
신 신임 차장검사는 2016년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 파견되고 2017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맡으며 윤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권 신임 실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대검 대변인을 맡아 보좌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