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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반강성고정술, 15년 지나도 퇴행성 변화 거의 없어”

입력 | 2024-01-24 03:00:00

서울 광혜병원



반강성고정술과 추간공확장술 개발자인 박경우 서울 광혜병원 병원장. 서울 광혜병원 제공


서울 광혜병원은 개원 30주년을 맞아 스프링 로드를 사용한 반강성고정술을 받은 환자의 장기 추적 결과를 조사하는 대규모 행사를 진행했다. 이 조사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척추 앞쪽에는 나사산 형태의 원통 케이지인 추간체 유합 보형재를, 척추 뒤쪽에는 니티놀 스프링 로드에 기반한 바이오플렉스 추간체 고정재를 척추 이식용 의료기기로 삽입한 반강성고정술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내원한 이들에게 특수 X선 및 CT 촬영을 통한 무료 검사를 제공하고 그 결과를 상세히 분석했다.

이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약 100명의 환자 중 90% 이상에서 최초 수술 부위가 잘 유지됐고 수술한 부위의 위나 아래에 인접한 척추 마디에서 추가적인 퇴행 변화가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머지 10% 미만에서 윗마디의 일부 퇴행성 변화, 골다공증에 의한 전반적 척추 구조 약화, 좁아진 디스크 간격 등의 기타 소견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강성 로드를 이용한 강성고정술을 받은 환자의 경우 수술 후 평균 5년 이내에 인접 부위 퇴행 변화가 약 30%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반강성고정술은 이러한 변화가 현저히 적었다. 이는 반강성고정술이 수술 부위에 더 자연스러운 하중 분배와 유연성을 제공함으로써 인접 부위의 과도한 하중을 줄이고 퇴행성 변화를 최소화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러한 분석 내용은 평균 15년 이상의 장기 추적 결과 조만간 SCIE급 학술지에 논문으로 정식 출간될 예정이다.



반강성고정술의 차별점

반강성고정술의 경우 척추의 전방부와 후방부의 하중 분배 비율이 약 8:2에 근접한다.

반강성고정술의 차별점은 4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하중 분배 구조의 유사성이다. 반강성고정술은 척추의 전방부와 후방부에 가해지는 하중을 정상의 척추와 유사하게 분배해 균형 있는 하중 전달을 꾀한다. 유한 요소 분석 결과 기존 강성고정술은 척추의 전방부와 후방부의 하중 분배 비율이 2대8 혹은 3대7인 반면 후방부 바이오플렉스를 전방부의 척추 유합용 케이지와 병용할 경우 정상에 가까운 8대2로 나타났다.

바이오플렉스 니티놀 스프링 로드와 분절별 연결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스크루.

두 번째로 연접부 퇴행 변화의 최소화다. 강성이 높은 일자형 로드를 쓰는 강성고정술에 비해 유연성이 높은 니티놀 소재와 스프링 구조의 로드를 쓰는 반강성고정술은 수술한 마디에서 더 뛰어난 충격 흡수 능력을 지닌다. 그래서 기존의 하드 퓨전 대신 소프트 퓨전(soft fusion)이라 한다. 그 결과 연접부 퇴행 변화 측면에서 더 효과적이다.

세 번째로 분절별 연결 방식의 적용이다. 바이오플렉스는 척추 나사못 머리부에 두 개의 로드가 결합할 수 있는 구조 덕분에 분절별 연결 방식이 가능하다. 그 결과 수술 부위를 연장하는 재수술이 불가피할 때 기존에 삽입된 구조물의 제거나 해당 부위 절개가 필요 없이 연장 부위만 추가하면 돼 수술의 복잡성과 환자의 부담을 줄인다.

네 번째로 나사형 긴 원통 스페이서의 활용성이다. 사각 케이지를 주로 쓰는 강성고정술에 비해 나사선의 긴 원통 케이지를 앞쪽에 스페이서로 쓰는 반강성고정술은 나사 회전으로 디스크 종판 손상 없이 케이지가 단단히 고정된다. 긴 길이 덕분에 추체의 단단한 부위에 양 끝이 위치해 안정적으로 디스크 높이를 복원하고 지지한다. 즉 종판 손상과 케이지 이동 없는 골유합과 안정적 디스크 높이 회복 측면에서 더 효과적이다.



척추 토털 시스템 구현이 목표




박경우 병원장은 “척추측만증·후만증과 같은 척추 변형이 중증 이상으로 진행돼 여러 마디에 대한 수술적 교정이 불가피한 경우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하더라도 △중증 이상으로 진행된 척추전방전위증과 척추분절 불안정증 △디스크가 닳아 그 높이가 완전히 낮아질 정도로 심한 디스크 퇴행 △수술적 감압이 필요한 정도로 심한 척추관협착증 등으로 인해 척추 치료 단계의 마지막 방안인 수술을 고민하고 있다면 다양한 차별점을 지닌 바이오플렉스를 이용한 반강성고정술을 강력히 권장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첫 수술 당시는 추간공확장술이라는 특화된 척추 비수술을 본격 진행하기 전이었고 그때도 척추 수술은 비수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수술 시간과 회복 기간, 수술 중 및 이후의 다양한 위험성, 높은 비용 등으로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15년 만에 다시 만난 환자로부터 ‘강성고정술로 몇 차례 재수술을 받은 지인과 달리 지금껏 잘 지내는 본인을 보면 반강성고정술은 정말 최선의 선택이었다’라고 감사 인사를 받기도 했다. 저와 병원에 대한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한미일 특허에 기반한 척추 비수술 분야의 추간공확장술로부터 척추 수술 분야의 반강성고정술’까지 확고한 척추 진료 토털 시스템을 구현하겠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다수의 환자가 장기간에 걸쳐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고 이는 반강성고정술의 장기적인 효과성과 안정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데이터로 활용될 것이다. 나아가 이 연구 결과는 척추 수술 방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척추 수술 분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니티놀 스프링 로드의 파단을 방지하는 구조적 설계, 수술 방법을 더욱 편리하게 하는 모듈형 스크루와 관련한 기술이 이미 한미일 특허출원 중이며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니티놀 스프링 로드를 성형하는 제조 장치 또한 현재 개발 중에 있다. 따라서 이러한 후속 연구까지 뒷받침된다면 30년 이상 대항마가 없었던 강성고정술을 완전히 대체할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덧붙였다.


황해선 기자 hhs255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