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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尹-한동훈 갈등 핵심 ‘명품백 사건’ 어떻게 풀어낼까

입력 | 2024-01-23 11:55:00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3/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가운데 이번 갈등의 핵심 요인으로 꼽히는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여권의 향후 대응 방법이 주목된다.

23일 여권에 따르면 양측은 전날 오후부터 당정 갈등에 대한 메시지를 자제하고 있다. 대통령실에서는 “파국은 아니다. 봉합의 여지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갈등 봉합의 여지를 남겨뒀다.

한 위원장을 향한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한 위원장이 거절하면서 양측간 갈등은 극에 달했다.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1일 비공개로 한 위원장을 만나 사퇴를 요구했고 한 위원장은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습니다”라는 짧은 입장문으로 사퇴 요구를 거절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 오전 출근길에서는 “대통령실의 사퇴요구를 거절했다”며 사퇴요구가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여권에서는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는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당정 간 입장 정리가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충돌한 표면적 이유로는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에 대한 ‘사천’이 꼽히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한 위원장의 입장 변화가 양측의 갈등을 증폭시킨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앞서 한 위원장은 당초 김 여사의 명품백 논란을 ‘정치공작’으로 규정한 대통령실과 같은 입장을 보였지만, 최근 김경율 비대위원을 중심으로 수도권 인사들이 김 여사의 사과 및 입장표명을 요구하자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사과해야 한다는 쪽에 방점을 찍었다.

한 위원장은 전날 출근길에서 “제 입장은 처음부터 한 번도 변한 적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비대위 모두발언에서 “제 거친 언행이 여러모로 불편함을 드린 적이 있다”며 고개를 숙였던 김 비대위원도 이후 기자들과 만나 “같은 생각이다. 전 변한 것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한 위원장과 김 비대위원의 이같은 입장은 대통령실에 날을 세운 것으로 해석됐다.

‘정치공작’이란 대통령실 입장도 분명하다. 당내 친윤 핵심으로 통하는 이철규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정치공작”이라며 “몰카를 갖고 불순한 목적으로 들어가서 영상을 촬영하고 덫에 걸린 당사자를 궁지에 몰아 정치적 이득을 얻겠다는 불순한 목적을 자행한 범죄행위”라고 대통령실 주장을 뒷받침했다.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 모두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김 여사 리스크 정리 향방에 따라 당정관계에서 주도권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양측에서 입장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양측 모두 입장 변화가 생긴다면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기가 3년 남은 윤 대통령의 경우 자칫 물러섰다간 당정 관계에서 주도권마저 당에 넘길 가능성이 있다.

한 위원장 입장에서도 쉽게 물러섰다간 향후 총선을 이끄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친윤’ 프레임이 부각돼 외연확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수도권 인사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한 위원장이 대통령과 갈등을 통해 독자적인 정치적 서사를 쓸 수 있다는 분석도 양측 갈등의 장기화를 전망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김 비대위원 사퇴를 통한 갈등 봉합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비대위원은 한 위원장이 ‘서울 마포을’ 후보자로 직접 소개하면서 사천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이기도 하다. 총선 출마가 확정된 김 비대위원이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비대위원에서 사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란 시선이다.

이같은 관측에 대해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상민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김 비대위원을 물러나게 하면 비대위원 중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의 감정을 불편하게 하는 발언을 할 수 없다는 얘기”라며 “당이 제대로 돌아가겠나”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