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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韓 갈등’ 속 한동훈 차별화에 민주당, 정권심판론 약화 우려

입력 | 2024-01-23 14:48:00

민주, 윤-한 갈등 집중 부각하며 맹폭…'윤심한심' 프레임 공세
표면상 '총선 호재' 반색하면서도 '한 주도권'에 내심 경계 기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 갈등 사태에 더불어민주당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총선을 70여일 앞두고 터진 ‘윤-한’ 충돌에 겉으로 미소 지으면서도 내심 우려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윤-한 갈등이 김건희 사과를 놓고 발생한 것이어서 약속 대련이 아닌 만큼 이 위원장이 차별화를 통해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 위원장이 ‘윤석열 아바타’ 이미지에서 탈피,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경우 야권의 정권심판론이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윤-한 갈등을 부각하며 ‘윤석열=권력사유화’ ‘한동훈=사당화’라며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한 위원장 사퇴 요구 의혹을 당무 개입이자 선거 개입으로 규정하고 대통령실이 정치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며 연일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후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당무개입과 선거개입을 노골적으로 하고 있고 한 위원장은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싸우듯이 힘들어하는 국민들 앞에서 대놓고 볼썽사나운 갈등을 노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선우 대변인도 같은 날 낸 서면브리핑에서 “한 위원장을 위원장마저 찍어내려 한 윤석열 대통령의 노골적인 당무 개입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라고 비난했다.

강 대변인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위원장도 당장 쫓아내 버리라고 바가지라도 긁었냐”며 “윤 대통령은 한동훈 위원장의 사당화를 지적하기 전에, ‘김건희 여사 지키기’에만 혈안이 되어 노골적인 당무 개입을 서슴지 않았던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일갈했다.

총선을 두 달 남짓 남기고 터져나온 당청 파열음에 민주당은 표면적으로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윤심·한심으로 나눠 싸우지 말라”며 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윤심 한심’ 바이럴 효과를 노린 듯한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지도부에서도 이번 사태를 고리로 ‘김건희 리스크’ 등 대정부 여당 공세를 대대적으로 펼칠 수 있게 됐다며 윤-한 갈등을 호재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오래 버티진 못할 것이라고 본다”며 “지금 당장 서로 수습하는 모양새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공천 시즌이 본격화하면 내홍이 다시 터지고 한 위원장이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위원장이 조기 진압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했던 것과 달리, 대통령실이 한발 물러서며 봉합 수순으로 흘러가고 있는 탓이다. 한 위원장이 총선까지 주도권을 쥐고 갈 경우 민주당이 전면에 내건 정권심판론이 약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실이 먼저 도발했다가 여론이 좋지 않으니 먼저 꼬리를 내린 모양새인데 어찌됐든 총선까지 ‘한 체제’로 가겠다는 것 아니냐”며 “그저 대통령 아바타인줄로만 알았던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을 제압했다는 측면에서 국민들에겐 한동훈이 새롭게 보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체제로도 지금의 윤 정부 폭주를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고 (유권자들은)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고 봤다.

계파색이 옅은 한 재선 의원은 “그간 윤 정부와 국민의힘을 싸잡아 무능한 집권여당으로 몰고가며 심판하자고 외쳤던 게 우리 당 스탠스인데, 이런 기조만으론 중도층 포섭이 어려울 수 있다”며 “당정 견제와 감시 기능이 비교적 잘 작동한다는 전제 하에 제1야당은 어떤 ‘유능한 아젠다’를 갖고 표를 달라고 호소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