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학원가. /뉴스1 ⓒ News1
수업 중 디지털 기기를 오래 사용하는 학생일수록 수학 성적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한국 학생은 다른 나라 학생에 비해 디지털 기기로 인한 성적 하락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전국 초중고교에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단계적으로 보급할 방침인데, 이를 두고 일각에선 ‘스마트폰 중독’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수업 때도 장시간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경우 학습능력이 더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디지털 기기 1시간 쓰면 수학 3점 하락
백서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은 학교에서 공부할 때 노트북 등 디지털 기기를 하루 평균 2.2시간 사용한다고 답했다. 이는 OECD 평균(2시간)보다 12분 더 길다. 그런데 수업 중 디지털 기기 활용 시간이 길수록 수학 성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학생들은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1시간 늘어날수록 수학 점수가 800점 만점에 3점씩 떨어졌다. OECD 회원국의 평균 하락폭(2점)보다 더 컸다. KERIS 측은 “디지털 기기 의존도가 높은 학생일수록 수학 성적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수업 중 디지털 기기의 알람을 끈다’고 답한 한국 학생은 그러지 않은 학생들보다 수학 점수가 27점 높았다. ‘밤에 잠을 잘 때 알람을 끈다’고 답한 학생들도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수학 점수가 16점 높았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이 주체적으로 생각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게 교육의 궁극적 목표인데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 기기나 프로그램 자체에 몰입하게 된다”며 “이 경우 학생의 사고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 내년 초중고교 디지털 교과서 도입
일선 학교에선 교사들이 아직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할 준비가 덜 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지난해 8월 전국 초중고 교사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을 대상으로 AI 기반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활용해 본 교사는 38.1%에 불과했다. 그나마 대부분은 간단하게 사용해 본 게 전부였고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답한 교사는 3.9%뿐이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