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산하 공기업으로 이관 추진…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장하며 협약 공사 노조 “지자체로 편중” 반대 인천시 “충분히 협의해 방안 마련” 30일 이관 관련 토론회 열기로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청사 전경.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환경부 산하 국가 공기업인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를 인천시 산하 지방 공기업으로 이관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SL공사 관할권 이관은 2015년 환경부와 수도권 3개 지자체가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연장하며 맺은 합의사항인데, SL공사 노조 등의 반발에 부딪혀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23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시는 최근 SL공사 관할권 이관 절차 이행에 앞서 의견을 구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SL공사와 노조, 주민지원협의체 등에 보냈다.
2015년 환경부와 서울, 인천, 경기 등 지자체가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연장하며 맺은 4자 합의에 포함된 SL공사 관할권 이관은 현재 국가 공기업인 SL공사를 인천시 산하 지방 공기업으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1992년 조성돼 30년 넘게 수도권매립지를 두고 있는 인천에 대한 일종의 보상책이다.
하지만 SL공사 노조는 관할권 이관에 반발하고 나섰다. 광역매립장인 수도권매립지 운영 기관이 한 자치단체에 편중돼선 안 되고, 대체매립지 확보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최근 성명을 내고 “인천시는 노조, 지역 주민과의 갈등 해결은 한 발도 내딛지 못한 채 전형적인 불통 행정을 이어가고 있다”며 “SL공사를 인천시로 이관하는 게 마치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위한 만능열쇠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류”라고 했다.
이 같은 갈등 조짐은 지난해부터 보였다. 민선 6기 유정복 인천시장 체제에서 합의를 맺은 후 민선 7기 들어 자체 매립지 조성에 중점을 두며 관할권 이관 문제가 잠잠했지만, 민선 8기 들어 다시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갈등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SL공사 노조뿐 아니라 매립지 인근 주민 대표기구인 주민지원협의체도 관할권 이관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앞으로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2015년 맺은 4자 합의를 현 시점에 맞춰 새롭게 합의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인천시는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위해선 관할권 이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도권매립지를 운영하는 SL공사를 인천시로 이관해야 매립지 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시는 이달 30일 관할권 이관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고, 올해 타당성 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다.
공승배 기자 ks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