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대법관도 연방정부 손 들어줘 바이든 행정부 이민자 포용정책에 트럼프 “대형테러 있을것 100% 확실” 대선 정국 ‘낙태’이어 ‘이민’ 핫이슈로
이달 3일 미국 의원단이 텍사스주-멕시코 국경에 주(州)정부가 설치한 불법 입국을 막기 위한 철조망을 둘러보고 있다. 이글패스=AP 뉴시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남부 텍사스주가 중남미 불법 이민자 차단을 목적으로 멕시코 국경지대에 설치한 철조망의 일부를 끊거나 이동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22일 판결했다. 그간 조 바이든 행정부는 텍사스주가 ‘죽음의 덫’으로도 불리는 날카로운 철조망을 설치하는 것을 비판하며 철조망 절단 등으로 대응했다. “국경 관리는 연방정부의 권한”이라고도 주장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바이든 행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 트럼프가 뽑은 배럿도 “장벽 제거 가능”
배럿 대법관
특히 배럿 대법관은 국경장벽 건설을 주요 치적으로 꼽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직접 발탁했다. 그는 낙태 의제에는 초강경 보수 성향이나 이민, 의료보험, 총기 등에서는 종종 중도 혹은 진보 성향을 보였다.
보수 성향이 짙어 공화당 텃밭으로 꼽히는 텍사스주는 2021년 3월부터 주(州)의 별칭을 딴 ‘론스타 작전’을 통해 대대적인 이민자 단속에 나섰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불법 이민자의 주요 월경 통로인 리오그란데강 일대에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금속이 박혀 스치기만 해도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는 철조망을 설치했다. 이에 걸려 적지 않은 이민자가 심하게 다치자 바이든 행정부는 철조망 일부를 절단하며 맞섰다.
이에 텍사스주는 “연방정부가 주 재산을 훼손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격인 지방법원은 철조망 훼손을 허용했다. 2심 격인 항소법원은 “소송 중에는 훼손을 일시적으로 금한다”며 중도적 입장을 취했다.
이번 판결은 텍사스주와 바이든 행정부가 벌이고 있는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텍사스주가 불법 이민자를 강제 출국시킨 것이 법 위반이라며 주를 고소했다. 5월에는 텍사스주가 지난해 설치한 300m 높이의 수중장벽 철거에 관한 심리도 시작된다.
● 공화당 ‘이민’ vs 민주당 ‘낙태’ 의제 집중
이민에 포용적인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멕시코 국경지대를 통한 불법 이민자 수가 200만 명을 넘어서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대선 쟁점으로 삼고 있다. 그는 17일 뉴햄프셔주 유세에서 “바이든의 이민 정책 탓에 미국에 대한 대형 테러 공격이 있을 것이 100% 확실하다”는 주장까지 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60여 명 또한 최근 국경지대를 찾아 “(불법 입국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이 만든 참사”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도 낙태를 쟁점화해 비슷한 현상이 재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로 대 웨이드’ 판결 51주년인 22일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성들이 조용히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공격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부터 전국을 돌며 낙태권 지지 캠페인을 벌인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