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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위와 멀어진 日王의 외동딸… 첫 직장은 적십자

입력 | 2024-01-24 03:00:00

일왕 男동생-조카 승계 1,2순위
“여성도 왕위 승계” 목소리 줄어




나루히토 일왕(日王) 외동딸 아이코(愛子·22·사진) 공주가 올 3월 대학 졸업 후 일본 적십자사에서 근무한다고 일본 언론들이 23일 보도했다.

일본 가쿠슈인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는 아이코는 4월부터 일본 적십자사에서 촉탁 직원으로 일한다. 아이코 어머니인 마사코 왕비는 일본 적십자사 명예 총재를 맡고 있다. 일본 궁내청 측은 “재해 구호 활동 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사회에 공헌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적십자사) 근무를 희망했다”고 밝혔다.

1993년 결혼한 나루히토 일왕 부부는 유산 등을 겪으며 오랫동안 아이를 갖지 못했다. 2001년 아이코가 태어났지만 이후에도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압박으로 마사코 왕비가 우울증을 겪었다. 나루히토 일왕은 왕세자 시절인 2004년 “왕실 내에 (마사코의) 경력이나 인격을 부정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폭탄 발언을 하며 일본 사회에 파장을 불렀다.

아이코는 남성만 왕위를 계승하도록 정해진 규정(일본 왕실전범)에 따라 왕이 될 수 없다. 현재 일왕 승계 1위는 나루히토 남동생인 후미히토 왕세제, 승계 2위는 후미히토 아들 히사히토다. 히사히토는 현 일본 왕실의 유일한 남성 자손이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2000년대 중반 여성도 왕위를 물려받을 수 있게 규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히사히토가 태어난 뒤 논의가 수면 밑으로 들어갔다. 일각에 ‘여성도 왕위를 물려받을 수 있도록 규칙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집권 자민당을 비롯한 보수층은 거부감이 크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2016년 일본 왕실 규정이 여성 차별이라며 수정을 요구하는 보고서를 발표하려다 일본 정부의 강력한 항의로 삭제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때 제정한 헌법 1조에 ‘일본은 천황이 통치한다’고 규정했다. 한반도에 진주하고 아시아 주요국을 침략한 일본군 최고 통수권자도 일왕이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미 군정 주도로 만든 현행 헌법(1947년 시행)에서 왕의 정치적 권한을 완전히 박탈했다. 이에 따라 일왕의 모든 행위는 내각 승인이 필요하고 국정에 어떤 영향력도 미치지 못하게 됐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