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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기기 1시간 더 쓰면 수학 3점 하락”

입력 | 2024-01-24 03:00:00

‘디지털교육백서’ 상관관계 분석
韓, OECD 평균보다 하락폭 커
정부, 내년 디지털교과서 도입 계획
“학생 학습능력 더 떨어질것” 우려도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의 교육부 이노베이션관에서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가 시연되고 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전국 초중고교에 지능형 코칭, 대화형 AI 등의 기술이 적용된 AI 디지털 교과서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수업 중 디지털 기기를 오래 사용하는 학생일수록 수학 성적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한국 학생은 다른 나라 학생에 비해 디지털 기기로 인한 성적 하락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전국 초중고교에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단계적으로 보급할 방침인데, 이를 두고 일각에선 ‘스마트폰 중독’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수업 때도 장시간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경우 학습능력이 더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디지털 기기 1시간 쓰면 수학 3점 하락


23일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2023 디지털교육백서’를 통해 수업 중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과 수학 점수 간 상관관계를 분석해 발표했다. 이 백서는 2022년 진행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결과를 추가로 분석한 것이다.

백서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은 학교에서 공부할 때 노트북 등 디지털 기기를 하루 평균 2.2시간 사용한다고 답했다. 이는 OECD 평균(2시간)보다 12분 더 길다. 그런데 수업 중 디지털 기기 활용 시간이 길수록 수학 성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학생들은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1시간 늘어날수록 수학 성취도 점수가 3점씩 떨어졌다. OECD 회원국의 평균 하락폭(2점)보다 더 컸다. KERIS 측은 “디지털 기기 의존도가 높은 학생일수록 수학 성적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수업 중 디지털 기기의 알람을 끈다’고 답한 한국 학생은 그러지 않은 학생들보다 수학 점수가 27점 높았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이 주체적으로 생각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게 교육의 궁극적 목표인데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 기기나 프로그램 자체에 몰입하게 된다”며 “이 경우 학생의 사고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 내년 초중고교 디지털 교과서 도입


교육부는 내년 3월부터 전국 초등학교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과정에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할 계획이다. 대화형 AI를 활용해 맞춤형 코칭 등 학생 수준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이 경우 교과서가 종이책 형태에서 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로 대체되기 때문에 해당 학년 학생의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급격히 늘 수밖에 없다.

일선 학교에선 교사들이 아직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할 준비가 덜 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지난해 8월 전국 초중고교 교사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을 대상으로 AI 기반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활용해 본 교사는 38.1%에 불과했다. 그나마 대부분은 간단하게 사용해 본 게 전부였고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답한 교사는 3.9%뿐이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