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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법원, 재판지연 해소 위해 ‘시니어 판사’ 도입 검토

입력 | 2024-01-24 03:00:00

정년 전후 판사 전문성-경험 활용
75세까지 근무하되 보수는 낮게
美-日 도입… 법원 내부도 긍정론




법원행정처가 경륜 있는 판사의 전문성과 경험을 계속 활용하는 ‘시니어 판사’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법관 부족과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시니어 판사 도입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2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최근 시니어 판사 제도 도입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시니어 판사란 정년을 마치거나 정년에 임박한 판사를 법원에 계속 남도록 하는 제도다. 법관들이 퇴직 후 변호사로 개업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판사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특히 만성적인 법관 부족과 재판 지연, 전관예우 논란 등을 동시에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거론돼 왔다.

법원행정처는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시니어 판사를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년(65세)에 임박한 현직 판사 가운데 시니어 판사를 선발해 정년을 75세로 10년 늘려주는 대신, 보수는 일반 법관보다 낮게 책정하는 게 기본 구상이다. 다만 시니어 판사들을 ‘정원 내 법관’으로 둘 경우 사무 분담 등에서 다른 판사들의 불만을 살 우려가 있어 ‘정원 외 법관’으로 운영하는 안이 유력하다.

법원행정처는 시니어 판사가 정착된 미국 등 해외 사례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연방법원은 ‘80의 원칙(Rule of 80)’에 따라 65세 이상인 판사의 법관 재직 기간과 나이를 합친 수가 ‘80’이 되면 퇴직하지 않고 시니어 판사 트랙을 선택할 수 있다. 원로 판사들이 변호사로 개업하지 않고 국가를 위해 여생을 헌신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취지다. 일본도 일반 판사 정년(65세)을 넘어 70세까지 근무할 수 있는 ‘간이재판소 판사’ 제도를 운영한다.

시니어 판사 도입에 대한 법원 내부 반응도 긍정적인 편이다. 한 재경지법 부장판사는 “지금도 판사들의 만성적 과로와 재판 지연으로 법원 내 위기 의식이 상당하다”며 “우수한 경력 법조인들이 법관에 지원하도록 할 유인책으로도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선 정년 이후 근무를 보장하는 ‘정원 외 법관’을 시니어 판사 제도의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안건이 가결되기도 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는 “우리 사회에는 법관이 중도 퇴직해 변호사로 개업할 경우 전관예우 논란이 유독 심하게 나오는 풍토가 있다”며 “전관예우 논란을 줄이면서 평생법관제를 정착시킬 수 있는 시니어 판사 도입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