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연일 사상 최고치] 日도 급등… 韓-中은 하락세
미국 증시가 새해 벽두부터 인공지능(AI) 등 혁신기술로 무장한 대형 빅테크 기업 주도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당초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이고 중동 등에서 지정학적 위기가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는 큰 악재를 맞았지만, 미국 증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있다.
22일(현지 시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일보다 0.36% 오른 38,001.81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38,000 선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0.22% 상승한 4,850.43에 거래를 마치면서 전날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를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0.32% 오른 15,360.29에 장을 마쳤다.
최근 미국 증시 상승의 배경에는 일명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M7)’이라 불리는 대형 기술주 7인방이 있다. 애플·알파벳(구글 모회사)·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테슬라 등 M7은 테슬라를 제외하고 모든 종목이 새해 들어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AI 반도체 최고 수혜주인 엔비디아는 장 중 주당 6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올해 들어서만 23.9% 넘게 상승했다.
M7(매그니피센트7)
1960년대 서부영화 ‘황야의 7인’의 제목이었지만 최근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 등 미국 대형 기술주 7개를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AI 날개 단 미국 증시, 금리인하 지연 악재에도 ‘쾌속 질주’
대형 기술주 ‘M7’ 앞세워 상승
엔비디아, 올 들어서만 23.9% 뛰어… MS-애플 신기술 경쟁, 시총1위 다툼
‘M7’ 낙관론, 중동전쟁 비관론 제압… 예상밖 상승랠리, 투자신중 의견도
엔비디아, 올 들어서만 23.9% 뛰어… MS-애플 신기술 경쟁, 시총1위 다툼
‘M7’ 낙관론, 중동전쟁 비관론 제압… 예상밖 상승랠리, 투자신중 의견도
● 첨단 기술 경쟁이 이끈 美 증시 호황
지난해 주당 400달러를 넘어섰을 때만 해도 거품론이 있었지만 AI 반도체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엔비디아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솟구치고 있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반도체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는 독점회사로 AI 반도체 가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 ‘H100’은 개당 4만 달러가 넘는 가격이지만 없어서 못 파는 수준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AI 반도체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엔비디아는 올해 2분기(4∼6월)부터 중국 수출용 반도체 생산을 예고했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칩인 ‘B100’ 출시도 앞두고 있다.
● “M7 낙관론이 시장 비관론 이겼다”
뉴욕 증시는 최근 미국의 긴축 장기화 우려 등 악재가 쌓이는 와중에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증시 상승에 대해 기술주의 실적 성장에 대한 낙관론과 ‘상승장에서 나만 낙오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이 고금리 장기화나 중동 전쟁의 확산 위험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비관론을 이겼다고 분석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사그라들었지만 미국 정부의 투자 확대와 AI 등 기술 혁신이 미 증시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글로벌주식팀장은 “지난해엔 기술 혁신에 주목했다면 올해엔 수익 현실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실적이 상승할 경우 주가에 대한 고평가 부담을 덜 수 있어 추가 상승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예상을 뛰어넘는 상승 랠리의 종착역이 머지않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주부터 실적 발표가 시작되는 만큼 지난해 실적 및 올해 실적 예상치가 시장 전망보다 부진할 경우 단기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 증시의 주요 종목들의 주가를 고려하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실적 발표가 필요할 것”이라며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으로도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