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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최강 한파에 취약한 ‘이 질환’…혈관 건강 비상

입력 | 2024-01-24 10:30:00


서울 최저 기온이 영하 14도까지 떨어진 북극 한파가 몰아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시민들이 두꺼운 외투를 입고 걸어가고 있다. 2024.1.23/뉴스1

최강 한파가 대한민국을 덮쳤다. 조금이라도 추위를 이겨내보고자 두꺼운 옷과 목도리, 장갑 등으로 무장해도 영하 10도, 20도까지 떨어지는 강추위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날씨가 되면 의사들은 무엇보다 혈관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추운 날씨에 야외에 나가면 우리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듯이 우리의 혈관도 피부를 통한 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축한다.

혈관이 수축하면 심장박동 수와 혈압의 급격한 상승을 유발해 협심증, 심근경색증과 같은 심혈관 질환은 물론 뇌출혈, 뇌경색증 등 심뇌혈관 질환 위험이 증가한다.

24일 손일석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강추위가 시작되면 평소 심뇌혈관 질환이 있거나 65세 이상 고혈압 환자의 경우 혈압이 오르기 쉬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21~2022년 월별 고혈압으로 진료 본 환자 수. 두 해 모두 12월에 가장 환자가 많았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고혈압 환자는 1230만 명으로 추정된다. 혈압이 높다고 해서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고혈압으로 인해 여러가지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혈압을 낮추는 데 노력해야 한다.

특히 높은 혈압은 심장에 부담을 준다. 높은 혈압을 견디기 위해 심장벽이 두꺼워지고 심부전으로 진행된다. 이뿐만 아니라 압력으로 혈관이 손상되면 동맥경화로 이어진다. 또한 만성콩팥병, 망막 출혈에 의한 시력장애도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이처럼 무서운 합병증을 유발하는 고혈압은 기온이 내려가면 더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김원 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체온 유지를 위해 일어나는 일련의 생리적 반응들로 인해 뇌출혈,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 합병증 위험성이 높아진다”며 “특히 급성 심장질환은 기온 차에 따른 혈압 변화를 자율적으로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 환자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라면 임의로 약을 중단해선 안 된다. 약으로 혈압을 낮추다 갑자기 끊으면 혈압의 반동현상으로 본래 자기의 혈압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때 차가운 공기를 접하면 심근경색 및 뇌졸중 발생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

김 교수는 “겨울철은 추운 날씨로 인해 활동량도 감소하기 때문에 적정 체중 유지를 위해 힘써야 한다”며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체중 1㎏ 감량 시 수축기혈압을 1mmHg 이상 낮출 수 있고, 체중감량으로 최대 5mmHg 정도까지 혈압을 낮출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춥다고 실내에서 꼼짝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고령의 환자는 체중이 늘면서 혈압이 오르고 혈당도 오를 위험이 있다. 따라서 체중이 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운동은 되도록 새벽 시간대를 피하는 것이 좋다. 혈압이 가장 높은 시간이자 가장 추운 시간이기 때문에 혈압의 순간적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소윤수 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심뇌혈관 질환이 발병한 지 3개월이 안 된 환자라면 추운 겨울에 되도록 실내에서 운동하는 것을 권장하며 겨울에는 최대 운동량의 60%가량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운동 시간은 20~60분 정도로 하고 강도는 점진적으로 늘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운동 전후에는 충분한 스트레칭을 통해 체온을 높이고 근육과 관절의 유연성을 늘려 부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본인의 근력 상태에 따라 앉았다 일어서기, 아령을 이용한 저항 운동과 균형 운동 등을 병행하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심폐 능력과 근력을 강화할 수 있다.

금연과 절주도 필수다. 음주과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피를 끈적하게 만들기 때문에 심혈관에 악영향을 준다. 특히 추운 날씨에 과로 후 과도한 음주, 흡연을 할 경우 심장병 유발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싱겁게 먹는 것도 중요하다. 손일석 교수는 “혈액 내 나트륨 양이 높아지면 물을 같이 가지고 있으려고 해 혈액 부피가 커지고 혈관 압력이 높아진다”며 “고혈압 진료지침은 하루 소금 섭취량을 6g 이하로 제한하고 있어 이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