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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적 글로벌 R&D 전략으로 국가성장동력 키워야[기고/김은선]

입력 | 2024-01-25 03:00:00

김은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데이터분석본부 본부장


최근 과학기술계 화두 가운데 하나는 글로벌 R&D 전략이다. 출현 배경에는 R&D를 R&D답게 하는 과학기술 철학이 있다. 본 전략은 기술 주권 확립 등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 대응해 글로벌 R&D 전략성을 강화하고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디지털 대전환 등에 대응하는 전환적 혁신을 통해 탁월한 글로벌 R&D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각국이 확보하고자 하는 기술 주권은 혁신 정책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써 국가 전략 기술을 스스로 개발하고 혁신 기반을 확충할 수 있는 권리이며 비동맹국의 사용을 규제하는 등 배타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해석해 보면 이러한 정책적 수단은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한 개방성과 상호의존성을 전제로 하기에 기술 보호주의로 오역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글로벌 R&D 시스템도 가치를 함께하는 주요국과의 개방성과 상호의존성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공동 연구를 통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과학기술의 개방성과 관련한 연구에 따르면 개방성이 높은 국가에서 우수한 논문이 더 많이 생산되고 국가 간 장거리 협력이 다양한 기술과 자원의 결합을 가능하게 해 새로운 사회적 자본의 형성과 이를 통한 성장 동력 창출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과학기술 협력 네트워크와 관련한 논의는 국가보다는 지역, 도시, 개별 연구자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개방성, 전환적 혁신 정책과 방향성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글로벌 R&D 전략은 국가 임무 수행을 위한 창업 사업화 전략, 즉 공공기술 사업화와 연계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글로벌 R&D 전략으로 창출된 기술적 니치가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과 신시장을 창출할 것인지, 이를 위한 물리적·인적 인프라는 어떻게 동원할 것인지, 수요를 판단하고 자원을 배분하는 매개 조직의 역할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등이 함께 고려될 때 전환을 통한 기회 창출의 수월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국가, 지역, 기술의 경계를 넘어서 개방성과 확장성을 가진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우리나라의 특정 지역이 어떠한 전환 과정을 통해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의 글로벌 전진기지가 될 것인지 등에 대한 통합적 접근을 통해 R&D 강국이 산업 강국, 스타트업 강국이 되는 혁신 생태계의 탁월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본래 전환은 매우 복잡다단한 네트워크 속에서 발생하며 계획적인 추진 여부에 따라 속도와 양상이 달라지는 만큼 강력한 추진력이 글로벌 리더십 확보 여부를 결정한다. 투자 중심으로 이뤄지던 그간의 혁신 전략이 인력 양성, 글로벌 선도 기관과의 협업 확대, 과학기술 협력 네트워크 활용, 제도 개선 등 강력하고 구체화된 글로벌 R&D 혁신 체제로 명징하게 제시돼 있는 만큼 향후 유연한 운영과 전환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R&D 시스템이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김은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데이터분석본부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