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반구천 암각화’ 등재 신청 내달 서류 심사-현장 실사 등 진행 절벽에 동물 사냥-고래잡이 그림 등 당시 생활상 나타나 문화적 가치 커 내년 7월 유네스코 총회서 최종결정
한반도 선사 문화의 걸작으로 불리는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도전한다. 사진은 세계유산 구역으로 신청한 반구천의 암각화 일원. 울산시 제공
선사시대 한국인의 기록화로 불리는 울산 ‘반구천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도전한다. 2010년 1월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오른 지 14년 만이다.
울산시와 문화재청은 23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최종 제출했다고 24일 밝혔다. 세계유산은 인류의 유산이 파괴 또는 훼손되는 것을 막고, 유산 보호를 위한 국제적 협력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서를 내려면 잠정 목록, 우선 등재 목록, 등재 신청 후보, 등재 신청 대상 등 4단계의 국내 심의 과정을 먼저 거쳐야 한다.
절차에 따라 세계유산위원회는 다음 달 서류 심사를 시작으로 현장 실사를 진행한다. 울산시와 문화재청은 반구천의 암각화에 담긴 고래잡이 묘사의 창의성과 다양한 시대상 등 유네스코가 요구하는 세계유산으로서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알릴 계획이다.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 울산시 제공
반구대 암각화보다 1년 앞서 발견된 천전리 각석은 대곡천 중류 기슭에 각종 도형과 글, 그림이 새겨진 바위다. 선사시대부터 신라시대까지 생활과 사상 등을 엿볼 수 있다. 너비 9.5m, 높이 2.7m 크기의 바위 면에는 기하학적 무늬를 비롯해 사슴, 반인반수(머리는 사람, 몸은 동물인 형상), 배, 기마행렬도 등이 새겨져 있다. 그림 외에도 신라시대 왕과 왕비가 다녀간 것을 기념하는 내용의 글자도 남아 있다. 800자가 넘는 글자는 신라 법흥왕(재위 514∼540년) 대에 두 차례에 걸쳐 새긴 것으로 추정되며, 신라의 관직명과 조직 체계도 나타나 있다.
2개의 국보를 품은 대곡천 일원도 세계유산 구역에 포함해 신청했다. 대곡천은 조선시대까지 반구천으로 불렸다. 절벽과 협곡을 따라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물길의 형태와 습지 등 자연경관이 뛰어나다. 조선시대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1676∼1759)도 ‘공회첩’에 서화 ‘반구대’를 남겼다. 고려시대 충신 포은 정몽주(1337∼1392)가 유배 중 머문 포은대(반구대의 다른 이름)와 반고서원유허비(울산 유형문화재), 반구서원, 경주 최부자 가문에서 세운 집청정 등이 지금도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중생대 백악기 때 초식 공룡이 뛰놀고 익룡이 날아다녔던 흔적이 발자국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이런 점을 인정해 문화재청은 2021년 4월 대곡천 일대를 명승으로 지정했다. 명승은 이름난 건물이 있는 경승지 또는 빼어난 풍경을 볼 수 있는 지점, 특색 있는 산악·구릉·평야·하천 등을 지정하는 문화재다. 반구천 암각화의 등재 여부는 내년 7월 유네스코 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우리의 소중한 유산인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적인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다”며 “울산엔 문화와 역사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