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보복소비 누린 명품株 고금리 등 소비위축에 실적 부진 개미들 주가조정에 차익실현 나서 국내 투자자 2년새 3분의 1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프랑스 명품주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이른바 ‘불(佛)개미’들의 투심이 한풀 꺾인 것으로 드러났다. 2021년 순매수 1·2위를 차지했던 에르메스와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는 2022∼2023년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으로 뒤바뀌었다. 국내 불개미 규모도 2년 새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고금리·고물가 속 글로벌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 여파가 명품 기업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진 탓이다.
2021년만 해도 명품 시장이 코로나19 보복소비 특수 효과를 누리면서 프랑스 명품주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 같은 해 프랑스 대표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국내 투자자들이 476억2600만 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순매수 1위에 올랐다. 디올과 루이뷔통 등을 거느린 세계 최대 명품기업 LVMH가 순매수액 346억9200만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유로넥스트(파리 암스테르담 브뤼셀 증시의 합병증시)에 따르면 2021년 연간 에르메스와 LVMH의 주가는 각각 73.7%, 42.0% 폭등했다.
중국 등 글로벌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주요 명품 브랜드들의 실적 부진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명품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날지는 미지수다. 에르메스의 지난해 3분기(7∼9월) 매출 성장률은 15.6%로 전 분기(27.5%) 대비 둔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LVMH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전 분기보다 17.0% 감소한 199억6400만 유로로 집계돼 지난해 분기 실적으로는 처음 200억 유로를 밑돌았다.
김정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금리가 인하 기조에 들어선다고 하지만 여전히 소비 침체와 경기 불황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며 “명품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더 안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주가는 한 번 더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