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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길 알림이, 지하상가 길 안내도 ‘척척’

입력 | 2024-01-25 03:00:00

주소 기반 실내 내비게이션 모델… 실증 거쳐 4월까지 수립할 예정
상점별 번호 부여해 데이터 구축
응급 상황 구조 시간 단축 기대
실시간 위치 지체는 개선 필요



23일 대전 중구 중앙로 지하상가에서 진행된 실내 내비게이션 시연회에서 관계자들이 애플리케이션(앱) ‘대전 길 알림이(위쪽 사진)’를 보고 길을 찾아가고 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대전 중앙로 지하상가에 사람이 다쳤는데 빨리 와 주세요.”

23일 오후 3시경 대전 중구 중앙로 지하상가. 대전근현대사전시관(옛 충남도청)에서 직선거리로 200m 떨어진 옷 가게 앞에 다친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자는 지하에 있는 데다가 지리에 어두워 정확히 어디인지 설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구조요원이 현장에 도착했다. 구조요원이 지하에 있는 신고자 위치를 정확히 찾을 수 있었던 건 ‘대전 길 알림이’ 애플리케이션(앱) 덕분이다.

이날 대전시는 옛 충남도청 대회의실과 중앙로 지하상가 일원에서 행정안전부 등 주요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소 기반 실내 내비게이션 중간보고회와 응급 상황을 가정한 위치 찾기 시연회를 했다. 주소 기반 실내 내비게이션(대전 길 알림이)은 시가 지난해 4월 행안부의 ‘주소 체계 고도화 및 주소 기반 혁신산업 창출 선도 지자체 공모사업’에 선정돼 특별교부세 3억 원을 받아 추진하는 사업이다. 시는 실내 내비게이션 서비스 모델을 4월까지 수립할 계획이다.

주소 정보를 기반으로 구축하는 실내 내비게이션 시범지역은 대전역부터 중앙로 지하상가 일원까지 약 16만 ㎡다.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일대 실내 내비게이션 ‘고터맵’ 3만1566㎡보다 약 5배 넓은 전국 최대 규모다. 용역은 한국과학기술원이 맡아 수행하고 있다. 이채석 한국과학기술원 지능융합팀장은 “실내 내비게이션 원천 기술이 실증을 거치고 공개되면, 민간 영역에서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내 내비게이션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쓰는 일반 내비게이션과 다른 점은 야외가 아닌 실내나 지하에서도 정확한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의 바탕은 센서 지도다. 지하상가 안에 있는 수백 개의 상점마다 도로명·기초번호를 부여하고 공간 데이터 정보를 구축해 센서맵을 만든다. 이를 바탕으로 앱에 내비게이션을 구현해 위치정보를 안내한다. 스마트폰 센서에 측정되는 기압 정보로 사용자가 몇 층에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실내 내비게이션이 개발되면 고밀도·입체 실내 공간에서 정확하고 편리하게 길을 찾을 수 있다. 특히 구급 상황이나, 재난이 닥치면 위치정보를 활용해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현재는 통신사 기지국을 기반으로 위치를 파악하는데 반경 1km라서 실내 수색은 어려움이 많다. 실내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면 구조 시간이 짧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시연회 현장에서 앱이 실제 위치를 빠르게 반영하지 못해 시간차를 두고 표시된다는 점은 개선 사항으로 지적됐다. 박광섭 행안부 주소생활공간과장은 “아직은 정확한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까지 시간이 지체되는데, 개발 초기 단계인 만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