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미분양 쌓여 자금난 심화… 법정관리 신청도 10곳 달해 작년 분양-임대보증사고 1조 육박 李 “PF 관리실패 책임 묻겠다” 경고 부실 사업장 구조조정 가속화 전망
태영건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개시로 대금 지급이 유예되면서 일부 공사현장의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임금체불 등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4일 임금체불 문제로 공사가 중단된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건설 현장. 뉴스1
전북 익산시의 민간 임대아파트 ‘유은센텀시티’는 지난해 8월 공사가 중단된 뒤 시공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공정률이 50% 수준에서 현장이 멈춰선 것이다. 지난해 10월 예정이던 입주 날짜는 올해 3월로 연기되며 입주가 무산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분양 계약자 약 126명이 보증금을 1억 원씩 납부한 상태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임대보증금 반환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건설업계 자금난이 입주 예정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분양보증 또는 임대보증 사고는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4일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살이 돋으려면 굳은살을 벗겨내야 한다”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정리에 속도를 낼 것을 시사했다. 분양시장 냉각으로 지방 영세 건설사들의 ‘줄도산’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 및 금융권의 건설업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면 업계 구조조정이 예상보다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분양 시장도 좀처럼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1만465채로 지난해 초(7546채) 대비 38%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속도감 있고 강도 높은 부동산 PF 부실 정리의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어 건설업계는 초긴장 상태에 놓였다. 이 원장은 “기존에 말한 것보다 훨씬 강도 높게 (부동산 PF 사업장) 정리를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일부 금융사나 건설사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감내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에 충분한 충당금 적립도 요구했다. 그는 “일부 회사의 리스크 관리 실패가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해당 증권사와 경영진에 대해 엄중하고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 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도 “단기 성과에 치중해 PF 손실 인식을 회피하면서 남는 재원을 배당이나 성과급으로 사용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PF 사업장 구조조정이 가속화하면서 적어도 상반기까지 시행사나 시공사 모두 자금상 힘든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하반기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숨통이 조금 트일 가능성도 있지만 분양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 여전히 힘든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