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가속… 상상 못할 재앙 현실화 가능성 해수면 이번 세기 중 0.5~2m대 상승 관측 저지대 많은 한국, 침수 대비 시설 구축 시급
김도연 객원논설위원·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최근에는 세계 각지에서 커다란 산불이나 홍수 그리고 지진 같은 천재지변이 부쩍 많이 일어나는 듯싶다. 잦아진 천재지변은 지구가 내는 신음 아닐까? 틀림없이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온난화 혹은 기후변화라는 이름으로 미열(微熱)에 시달린 지는 이미 오래되었는데, 대한민국에서도 기상관측망이 확립된 1973년 이후 작년은 가장 뜨거운 한 해였다.
가이아(Gaia)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大地)의 여신인데, 1970년대 발표된 소위 가이아 이론은 지구도 하나의 생명체라는 주장이다. 자기 조절 시스템을 갖고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물론 이는 아직 가설(假說)로 남아 있으며 비과학적이라는 비판도 많지만, 지구의 안정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환경 요인에 대해 많은 영감을 준 것도 사실이다. 과다한 흡연이 건강을 해치는 것처럼 화석연료 소비로 엄청 늘어난 이산화탄소(CO₂) 같은 온실가스 때문에 지구는 시름시름 앓고 있다. 현재의 미열을 치료하지 못하고 고열에 이르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지경에 빠질 수 있다.
지구가 한 알의 사과 크기라면 대기층의 두께는 사과 껍질 정도인데, 그 속의 미량(微量) 온실가스는 지구에서 우주로 나가는 복사열을 잡아 두는 특별한 역할을 한다. 온실가스가 전혀 없다면 지구 대부분은 생물이 살기 어려운 얼음세계가 될 것이다. 반대로 대기층에 온실가스만 있다면 지구 온도는 평균 450도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온실가스는 그 양이 조금만 변해도 지구 온도에 큰 영향을 주는데, 대기층 중의 CO₂ 양은 1900년까지 적어도 수천 년간은 280ppm, 즉 0.028% 정도에 머물렀다. 그러나 그 후 계속 증가해서 2000년에는 370ppm이 되었고 현재는 420ppm에 이르렀다.
예상되는 큰 재앙 중의 하나는 해수면 상승이다. 기온이 오르면 바닷물 전체의 부피가 늘어나고 게다가 빙하와 만년설이 녹으면서 엄청난 양의 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므로 해수면이 오르는 것은 필연이다. 그린란드 같은 곳에서 만년설이 녹아 지표면이 드러나면 백색에 반사되던 햇빛이 대부분 흡수되기에 기온은 더욱 빨리 올라간다. 해수면은 지난 20세기에 이미 15cm 정도 상승했는데 온실가스 배출을 당장 급격히 줄이더라도 금세기 중 0.5m 더 상승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2m를 초과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현재와 같은 기온 상승 추세라면 세계의 많은 해안 도시들은 가까운 미래에 침수 위험에 처할 것이다. 뉴욕이나 상하이 등이 베네치아 같은 물의 도시로 변할지도 모른다. 당연히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 즉 해안선이 길고 저지대가 많은 대한민국도 문제다. 기온 상승이 가속되면 21세기 말에는 완전 내륙인 충북 등을 제외한 우리 영토의 상당 지역이 침수 피해를 볼 것이라는 믿고 싶지 않은 시뮬레이션도 있다. 이런 참담한 일은 기필코 막아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와 해안 인접 도시들은 침수 위험을 심각하게 고려하면서 이를 제어하기 위해 진력해야 한다. 해안 보호 조치 및 홍수에 대비한 시설을 구축해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인천이나 부산 등 대도시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적어도 몇십만 명의 거주지가 바닷물에 잠길 수 있다. 지금처럼 계속 더워지면 서해의 수면 상승으로 2050년에는 서울 목동까지 물이 차고 인천공항도 침수될 것이라는 연구 보고도 있다.
남해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가덕도 신공항 사업 등은 여러 측면에서 치밀한 분석을 한 번 더 하면 좋겠다. 여야가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가덕도처럼 특별법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도 뛰어넘겠다는 사업들의 총규모가 90조 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눈앞의 이익만 좇는 정치인들 때문에, 모든 여건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대역사(大役事)들이 이렇게 성큼성큼 진행되고 있다. 오는 4월, 우리는 필히 튼실한 미래를 위해 헌신할 국회의원을 선출해야 한다.
김도연 객원논설위원·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