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극사에서 1960년대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의 그늘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근대극의 사실적 재현에서 벗어나 표현주의극과 부조리극 같은 새로운 형식을 선보인 현대극의 정착기다. 1964년 제정돼 연극인들의 다양한 미학 실험을 응원하며 현대극의 역사를 함께 써온 동아연극상이 60회를 맞았다.
▷국내 최초의 연극상인 동아연극상은 파격의 역사다. 1회 상금 30만 원부터 가난한 연극인들을 놀라게 했다. 쌀 한 가마에 3000원 하던 시절로 30만 원은 1년 치 제작비였다. 최고상인 대상작이 60년간 25편만 나올 정도로 심사가 엄격하지만 작품만 좋으면 무명의 신인들도 과감히 발탁했다. 2회 대상작 ‘토끼와 포수’는 희곡작가 박조열의 첫 무대작이고, 1995년 대상작 ‘문제적 인간 연산’은 당시 배우였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만든 극단 ‘유’의 창단 기념 작품이다. 2013년에는 ‘가모메’의 다다 준노스케가 외국인으로는 처음 연출상을 받았다. 그가 말했다. “정치는 상처를 주지만 예술은 구원합니다.”
▷연극계를 끌어가는 역대 수상자들은 동아연극상을 “내 연극 인생의 마중물”이라고 한다. 연출가 고선웅 김광림 김광보 박근형 손진책 오태석 윤호진 한태숙 등이 이 상을 거쳤다. 배우로는 오현경 백성희 장민호 윤소정 박인환 김혜자 손숙 박근형 송승헌 등 원로들과 예수정 윤제문 장영남 길해연 박해수같이 요즘 TV와 영화에서 활약하는 이들이 망라돼 있다. 박정자 이혜영과 함께 연기상을 세 번 받은 신구는 “동아연극상 받으며 쌓은 내공이 지금까지 버티게 해준 재산”이라고 했다.
▷지난해 공연 시장 규모가 1조2696억 원으로 영화 시장을 처음 앞섰지만 이 중 연극 매출은 647억 원(5%)에 불과하다. 그래도 다시보기, 빨리감기를 할 수 없고 온전히 ‘지금 여기’에서만 가능한 일회성의 예술은 연극뿐이다. 연극판을 지켜온 연극인, 관객들과 지금껏 사랑받는 2015년 대상작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의 대사를 공유한다. “세상은 꼭두각시의 무대. 북소리 피리 소리에 맞추어 놀다 보면 어느새 한바탕 짧은 꿈. … 우환을 만들지도 당하지도 마시고 부디 평화롭기만을.”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