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 전기차·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약속했던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원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원을 늦추면서 정작 미국 기업에는 먼저 보조금 등을 지원한다. 혜택을 못 받을 경우 원래 계획보다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는 우리 기업들로선 속이 탈 수밖에 없다.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건설 중인 현대차그룹은 작년 8월 미 에너지부(DOE)에 세액공제를 요청했지만 아직 명확한 답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7조 원 이상을 투자해 올해 말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는 현대차로선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일각에선 미 정부 관련 예산 100억 달러가 조기에 소진될 경우 당초 예상했던 4000억 원대의 세제 혜택을 다 받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현대차가 요청한 혜택은 바이든 정부가 재작년 통과시킨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것이다. IRA는 청정에너지 관련 차량·장비 생산을 위해 미국에 설비 투자할 경우 최대 30%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주도록 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투자를 결정한 데에는 미국 정부가 북미 지역에서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것과 함께 이런 세제 혜택이 영향을 미쳤다.
더욱이 올해 말 미 대선의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IRA 폐기’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지금처럼 지원이 계속 미뤄지다가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 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내 정책·정치 리스크로 인해 한국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우리 정부가 나서서 미국 측에 지원 약속 이행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