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딱 1년 전 일이다. 국회 국민청원 게시판에 전이성 유방암 진단을 받은 여성의 딸이 마지막 희망인 ‘엔허투’ 항암제의 건강보험 등재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해당 청원은 3일 만에 5만 명의 동의를 얻었고 이와 별도로 엔허투의 급여화를 촉구하는 청원이 5건 더 올라왔다. 이들 청원에 동의한 국민은 현재 약 15만 명에 달한다.
유방암은 2020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이고 사망률도 가장 높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발생률이 최상위권이다. 다행히 유방암은 건강검진으로 조기 발견할 수 있다. 유방암으로 진단된 환자 90% 이상이 초기다. 문제는 전신 전이로 수술이 불가능한 4기 환자들이다. 이들 환자의 5년 생존율은 34%에 불과하다.
유방암이 다른 조직으로 전이되면 항암화학요법, 내분비요법, 표적치료제 및 기타 전신 치료 중 환자에게 맞는 것을 순차적으로 받게 된다. 특히 전체 유방암의 약 20%를 차지하는 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 2형(HER2) 양성 유방암은 재발 및 전이를 잘 일으키고 진행 속도가 빨라 예후가 좋지 않다. 현재 전신 전이가 된 유방암 환자 중 HER2 양성인 환자는 항암화학요법과 표적치료제로 1차 치료를 받고 약 효과가 없으면 2차 치료제를 고려한다.
문제는 비용이다. 한 달 투약비는 약 1000만 원, 연간 1억 원 이상이 든다. 효과가 좋아 환자가 오래 살고 치료 기간이 길어지니 역설적으로 약제비가 증가해 정부의 고민이 깊다. 현재 엔허투의 급여 논의는 건강보험 재정과 혁신 신약에 대한 보상이란 관점 사이에서 여전히 팽팽한 줄다리기 중이다. 최종 급여 등재까지 앞으로도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 예측할 수 없다.
논란의 와중에도 유방암 환자들의 사투는 이어지고 있다. 부디 15만 명의 목소리가 반향을 일으켜 내년 이맘때에는 엔허투 급여 등재가 신약 도입의 모범 사례로 회자될 수 있으면 좋겠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