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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자욱한 건물에서 탈출법 배웠어요”

입력 | 2024-01-25 03:00:00

119소방안전체험관서 모의 교육
서울-경기 등 전국 13곳서 운영
소방관이 소화기 사용 교육도
메타버스 체험관 이달 말 운영



23일 서울 광진구 광나루안전체험관에서 6∼10세 어린이들이 선박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탈출 방법을 교육받은 뒤 탈출 체험을 하고 있다. 소방청은 전국 13곳에서 화재, 지진 등 재난 상황을 체험하고 안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119안전체험관을 운영 중이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불이야! 불이야!”

23일 오후 찾은 서울 광진구의 광나루안전체험관. 일반 가정집에 있는 부엌처럼 생긴 체험관에서 실제로 불이 난 것처럼 불꽃이 솟구치자, 안전 교육에 참여한 10여 명의 아이들은 일제히 소화기 앞으로 달려갔다. 교육을 진행한 이성환 소방관(40)이 “불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했죠?”라고 외치자, 소화기 앞에 선 아이들은 앞서 배운 대로 안전핀을 뽑아 불길을 향해서 뿌렸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화재 소식이 전해지자 재난에 대비한 안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안전체험관이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날 체험관에는 학부모와 6∼10세 아이들 17명이 재난 상황을 모의로 체험 중이었다.

● 지진, 태풍, 선박 사고 생생하게 체험
소방청은 서울 경기 제주 부산 등 전국 13곳에서 119소방안전체험관을 운영 중이다. 가정집 화재를 비롯해 지진, 선박 사고, 태풍 등 재난 상황을 체험하고 실제 재난이 터졌을 때 대응하는 방법을 교육받는다. 교육은 구조 경험이 풍부한 소방관이 직접 진행한다.

실내 화재 진압 방법 교육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화재 시 아파트 탈출 요령, 선박 사고 대응 방법 등을 교육받았다. 모의 연기로 자욱한 건물 비상구 체험관을 탈출할 때 아이들은 최대한 몸을 낮추고 코와 입을 팔뚝으로 가린 채 움직였다. 이 소방관은 “아파트의 경우 주거지와 가까운 층에서 불이 나 탈출할 땐 코와 입을 가리고 몸을 낮춰야 한다”며 “멀리 있는 층에서 불이 나면 무조건 탈출할 게 아니라 먼저 119에 신고하고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박 사고 교육에선 안전 조끼를 제대로 착용하는 방법, 선박에서 탈출하는 방법 등을 배웠다. 이날 8세 자녀와 함께 교육에 참여한 김연지 씨(37)는 “최근 뉴스에서 화재 사고를 많이 접해 온라인으로 신청해 참여했다”며 “실제로 화재가 발생하면 어떻게 탈출해야 할지 잘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배워 유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9세 자녀와 함께 온 김모 씨(47)는 “여름철 물놀이를 많이 다니는데 물놀이 사고 대처 교육이 특히 도움이 많이 됐다”며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아이에게 어떻게 행동하라고 가르쳐줄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시공간 제약 없는 메타버스 안전체험관도 운영
소방청은 직접 안전체험관을 찾기 힘든 시민을 위해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메타버스 119안전체험관’도 이달 말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안전교육공간, 장비전시공간, 안전체험공간 등 총 3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곳곳에 퀴즈 등을 혼합해 시민들의 안전 교육을 돕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 내 체험공간에선 실제 안전체험관과 유사한 모의 체험이 가능하다. 화재, 응급처치, 지하철, 항공기, 산불, 산악 등 총 13종의 재난에 대한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어린이, 노인 등 나이별로 아바타를 설정할 수 있어 맞춤형 체험을 제공한다.

임원섭 소방청 화재예방국장은 “최근 전국에서 화재 소식이 계속 전해지고 있다”며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현재 모든 시민들이 안전체험관을 직접 방문하거나 메타버스 안전체험관을 이용해 기본적인 안전 교육을 꼭 받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