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마이크로닷, 부모 ‘빚’ 대신 갚은 후 남아공으로 향한 이유 [그! 사람]

입력 | 2024-01-27 12:00:00

지난해 9월 남아공 스와트담 우물 파기 봉사 다녀와
음악 활동 시작…예능 등 TV도 나가고파



마이크로닷. 더빅브라더무브먼트 제공.


2018년 11월 부모의 ‘빚투’ 논란으로 활동을 접어야 했던 가수 마이크로닷(본명 신재호‧31). 죗값을 치르고 뉴질랜드로 추방당한 부모를 대신해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한 그는 수년간 식당 등에서 일하며 빚을 갚아나갔고 현재 대부분의 빚을 갚은 상태다. 총 13명의 피해자 중 12명과는 합의를 봤고 나머지 1명은 2025년까지 합의된 금액을 모두 주기로 약속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던 미래였지만, 얽힌 타래가 하나둘씩 풀리듯 일이 해결돼 나가면서 그도 조금씩 미소를 찾고 있었다. 또한 “남에게 힘이 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그의 바람처럼 그의 시선이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까지 향하고 있었다.

마이크로닷. 더빅브라더무브먼트 제공.




“남아공서 우물 파는 봉사…물 나올 때 속이 ‘뻥’”
지난해 9월 26일부터 10월 9일까지 마이크로닷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와트담 지역에 우물을 파는 봉사를 다녀왔다. 스와트담은 요하네스버그 북쪽에 있는 외곽지역으로 오랫동안 물 부족 문제로 지역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어왔다. 벌어들이는 수입이 적고 물이 없기 때문에 그곳의 주민들은 전체 수입의 반 이상을 물 구입에 사용해야 하는 현실이었다.

평소 다른 사람의 삶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는 마이크로닷은 우물 파는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기업인 ‘라이프워시퍼’ 직원들과 함께 남아공으로 향했다. 처음 봉사를 제안받았을 때는 ‘내가 뭐라고 거기에 가나’라는 마음이 컸다고.

그는 “나 같은 사람이 현지 사람들한테 무슨 도움이 되겠냐는 마음이 들다가도 누군가를 위해 몸이라도 쓰고 오면 좋겠다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더빅브라더무브먼트 제공.


약 2주간 남아공에 있으면서 마이크로닷은 우물 파는 것을 돕기도 하고 동네 사람들에게 음식을 전달하며 ‘곧 우물이 생긴다’고 알렸다. 어떤 날은 어린아이들과 주민들 앞에서 공연을 펼치며 소통의 장을 넓히기도 했다.

우물 파기 봉사는 성공적이었다. 비록 첫 번째 우물을 팠던 곳은 실패했지만, 이후 두 번째 장소에서는 물이 ‘펑펑’ 쏟아지고 있다. 잠깐이지만 처음 판 우물에서 물이 쏟아져 나왔을 때 속이 ‘뻥’하고 뚫린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는 “그때 함께 봉사했던 사람들과 단톡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현지 상황을 공유하고 있는데 주민들이 우물을 잘 사용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마이크로닷은 여러 동네를 다니면서 만난 사람들 중 한 남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여자아이는 대학생이었고, 남자아이는 17세였다”며 “그 마을에 아이들이 500명 정도가 있다면 많아야 3명 정도가 대학에 갈 정도로 교육 환경이 열악하다. 어떤 아이는 책이 없어 다른 동네에서 종이를 훔쳐 자기가 교제를 만들어 공부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이어 “아이들이 내게 ‘꿈’에 대해 많이 물어봤다. ‘어떻게 음악을 하게 됐느냐’부터 ‘대학 생활은 어땠는지’ 등 여러 질문을 했다”며 “나는 내 꿈을 어떻게 이뤘는지 등을 말해주며 열심히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고 했다.

공부하면서 꿈이 생긴 아이들은 의사나 변호사 등이 돼 가족과 마을에 도움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비싼 학비나 기숙사비 등이 걸림돌이다. 장학금이나 기업의 후원 등을 받는 방법도 있지만 실력이 아주 뛰어난 학생이 아닌 이상 이마저도 어렵다. 이들의 속사정을 들은 마이크로닷의 소속사는 교육비 일부를 후원해 주기로 했다고. 그는 “일부지만 그들의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며 “혹시 또 모르지 않나. 그 아이들이 훌륭한 사람이 돼서 한 마을을 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이크로닷. 더빅브라더무브먼트 제공.

● “날 깨우고 살린 건 ‘음악’”
마이크로닷은 본업인 음악 활동도 시작했다. 작년 12월 9일에는 앨범 ‘클라우드’(Cloud)를 발매했고, 올해 1월 9일에는 싱글앨범 ‘렛츠 드라이브’(Let’s Drive)를 발표했다. 그는 “음악은 나를 깨우고 살린 존재”라며 “음악이 아니었다면 지금 나는 어떻게 됐을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한창 힘들었을 때 사람과 대화할 수 없어서, 음악과 대화하자는 생각으로 곡을 써 내려갔던 것 같다”며 “일기를 쓰듯 곡을 쓰고, 입으로 내뱉고, 그걸 다시 듣다 보니 누군가와 대화하는 느낌이 들었고 힘을 좀 얻은 것 같다. 음악이 정말 많은 에너지를 준 것 같다”고 했다.

처음부터 쉬운 것은 아니었다. 부모의 ‘빚투’ 사건 이후, 음악 작업은 녹록지 않았다. 부정적인 가사만 써졌고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생각에 작업의 한계가 오기도 했다. 결국 그는 ‘앞으로 다 잘될 것이다’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그는 “일부러 나를 속였다. ‘몇 년 뒤 상황이 다 좋아져 있을 거다’ ‘앨범도 낼 수 있을 거다’는 등 긍정적인 생각을 했다”며 “그러다 보니 신나는 노래나 사랑 노래 등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왼쪽부터) 빅알렉스, 마이크로닷. 더빅브라더무브먼트 제공.


마이크로닷은 힘들 때 자신의 곁을 지켜준 현재 소속사 대표이자 래퍼 빅알렉스와 전세욱 프로듀서 등 지인들에게 고마움을 전달하기도 했다. 전 프로듀서는 그가 음악을 포기하려고 했을 때, 빅알렉스는 마이크로닷이 해외에서 음악 작업을 하다가 사기를 당해 돈 한 푼 받지 못해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했을 때 그를 붙잡았다.

“음악을 안 하기에는 그의 재능이 아까웠다”는 두 사람은 그를 강하게 설득시켜 마이크 앞에 다시 세웠다.

마이크로닷은 “두 분 말고도 이후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며 “하늘이 돕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선한 분들을 하나둘씩 만나다 보니 나 역시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살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음악 활동 외에도 이전처럼 방송 활동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마이크로닷은 “일어났던 과거의 일은 인정하고 나가야 한다. 하지만 거기에만 얽매이면 앞으로 나갈 수 없다”며 “앞으로 좋은 음악을 만들어 많은 분에게 들려드리고, 한 걸음씩 나아가 대중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