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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작된 고려거란전쟁”…역사왜곡 비판 청원 쇄도

입력 | 2024-01-25 00:14:00


KBS 2TV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 역사 왜곡 관련 시청자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KBS 시청자센터에 올라온 고려거란전쟁 청원 글 두 개는 24일 기준 1000명 동의를 얻은 상태다. ‘고려거란전쟁 드라마 전개를 원작 스토리로 가기를 청원합니다’와 ‘고려거란전쟁의 완성도를 위한 청원입니다’다. 시청자 청원은 1000명 이상 동의 시 담당자가 답변을 남겨야 한다.

한 시청자는 “원작 작가와 계약본 이후로 스토리가 엉망이다. 오랜만에 나온 전통 대하사극인데, ‘양규’(지승현) 장군 전사와 함께 드라마도 무덤으로 가고 있다”며 “2000년대 초반 퀄리티다. 넷플릭스까지 올라와서 전세계가 다 볼텐데 너무나 창피하다. 대한민국 사극 체면을 위해서라도 원작 작가님과 계약 추가해서 종방까지 가길 바란다”고 썼다.

다른 시청자는 “드라마의 초반인 2차 여요전쟁 직전 또는 전쟁초반까지는 명작, 드라마의 중반까지인 2차 여요전쟁 끝까지는 수작이었는데 17화 이후에는 졸작으로 변한걸 보고 너무나 답답하고 안타깝다”며 극본작가 교체와 완성도를 위한 결방, ‘2023 KBS 연기대상’ 작가상 수상 취소를 요구했다.

이 드라마는 거란과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 제8대 왕 ‘현종’(김동준)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 사령관 ‘강감찬’(최수종) 이야기다. 태종 이방원(2021~2022) 이정우 작가가 썼다. 17~18회에서 성군인 ‘현종’(김동현)을 ‘민폐 캐릭터’로 묘사하는 전개가 이어졌다. 급기야 18회에서 현종이 자기 감정하나 주체하지 못하고 낙마하는 장면이 나오자 시청자의 분노가 폭발했다.

원작자인 길승수 작가는 “한국 역사상 가장 명군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며 “역사적 사실을 충분히 숙지하고 자문을 받고 극본을 써야 하는데, 극본 작가가 일부러 원작을 피해 자기 작품을 쓰려고 하는 것이 보인다. 원작을 피하려다 보니 역사까지 피해서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날 전우성 PD는 “이런 논란이 벌어진 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길 작가는 이 작가의 극본 집필이 시작되는 시점에 자신의 소설과 ‘스토리 텔링의 방향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증 관련 자문을 거절했다. 이후 새 자문자를 선정해 꼼꼼한 고증 작업을 거쳤다. 기초적인 고증도 없이 제작하고 있다고 주장해 당혹스럽다”고 했다.

이에 길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에 다시 글을 올리고 “KBS에서 해명 보도 냈더라. 웃기지도 않는다. 제가 2022년 6월경 처음 참여했을 때 확실히 제 소설과 다른 방향성이 있더라. 그 방향성은 천추태후가 메인 빌런이 돼 현종과 대립하며 거란의 침공도 불러들이는 그런 스토리”라고 적었다.

그는 “제가 놀라 그런 역사 왜곡의 방향으로 가면 ‘조선구마사’ 사태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고, 그래서 천추태후는 포기됐는데 결국 그 이야기가 원정왕후를 통해 살아남았더라”라고 주장했다.


동아닷컴 온라인뉴스팀 dn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