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후지코시 강제동원 피해자들 최종 승소…21년 만에 결론

입력 | 2024-01-25 13:17:00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김정주 할머니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일본 군수업체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를 마치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24.1.25/뉴스1

일제강점기 일본 군수기업 후지코시 공장에 강제동원됐던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회사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와 후지코시를 상대로 처음 소송을 낸 2003년 이후 21년 만에 대법원 결론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5일 오전 10시 고(故) 김옥순 할머니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 23명과 유족들이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3건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후지코시는 일제강점기에 12~15세 어린 소녀들에게 ‘일본에 가면 공부도 가르쳐 주고 상급학교도 보내준다’고 속여 힘들게 일을 시킨 대표적 전범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피해자들은 일제강점기 말인 1944~1945년 후지코시의 도야마 공장에 강제동원돼 하루에 10~12시간씩 열악한 환경에서 총알, 폭탄, 비행기 부품 등 군수물자를 만들고 철을 깎거나 자르는 위험한 작업을 해야 했다.

이 기간 동안 피해자들은 임금을 받지 못한 것은 물론 학교 교육을 받지도 못했다.

피해자들은 2003년 4월 일본 도야마지방재판소에 후지코시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금과 위자료 지급, 사죄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앞줄 왼쪽부터 김정주, 김계순 이자순 할머니) 및 유족들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일본 군수업체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를 마치고 만세를 부르고 있다. 2024.1.25/뉴스1

그러나 도야마지방재판소는 2007년 9월 “그 권리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효력을 잃었다”며 피해자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후 2012년 5월 대법원이 일본제철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처음으로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자, 피해자들은 총 3차에 걸쳐 후지코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김계순 할머니 등 피해자 17명과 유족 등 27명이 낸 소송에서 1·2심 재판부는 “피해자 1인당 8000만~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고(故) 김옥순 할머니 등 피해자 5명이 낸 소송과 고(故) 이춘면 할머니가 낸 소송에서도 1·2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에게 각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3건의 소송 모두 1·2심 재판부가 후지코시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후지코시가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손해배상 청구권이 사라졌고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하며 상고, 사건은 5년여간 대법원에 계류돼 있었다.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 또는 그 상속인인 원고들에게는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피고를 상대로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2018년 10월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뒤에야 비로소 대한민국 내에서 피해자들의 사법적 구제 가능성이 확실해졌다는 것이다.

외국재판 승인 문제가 쟁점이 된 사건에 대해서는 “피해자 일부가 일본에서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확정됐다 하더라도, 일본판결은 일본의 한반도와 한국인에 대한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규범적 인식을 전제로 일제의 ‘국가총동원법’과 ‘국민징용령’ 및 ‘여자정신근로령’을 적용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평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판결 이유가 담긴 일본판결을 그대로 승인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위반된다”며 “우리나라에서 위 일본판결을 승인해 그 효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달부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잇따라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