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땅을 빌려 기지국을 설치하면서 서로 짜고 임차료를 내린 통신 3사가 200억 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이들은 ‘막걸리 회동’을 하며 담합을 약속했고 아파트 입주민을 상대로 임차료를 내려주지 않으면 기지국을 철거하겠다고 압박했다. 이런 담합으로 인해 1년에 단지당 600만 원이 넘는 관리비 부담이 추가로 생긴 아파트도 있었다.
2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신설비 설치 장소 임차료를 담합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200억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3사는 아파트와 건물 옥상 일부를 빌려 중계기·기지국 등을 설치해왔다. 그러던 중 4세대(4G) 서비스 시작으로 통신설비 설치가 늘고 임차비용이 급증하자 임차료를 짬짜미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3사 직원 50여 명은 2013년 3월 과천의 한 체육관에 모여 족구를 하고 막걸리를 마시면서 임차료 인하 공조를 선언했다. 이후 본사, 지역 단위 협의체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담합에 나섰다.
통신사가 내는 임차료는 아파트 단지 수입에 포함돼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사용된다. 임차료가 낮아지면 그만큼 충당금에 구멍이 생겨 입주민 관리비로 메꿔야 한다. 3사가 담합한 6년 동안 계약 한 건당 평균 연 임차료는 558만 원에서 464만 원으로 94만 원으로 내려갔다. 통상 계약은 3사와 모두 하기 때문에 아파트 한 단지당 연간 282만 원의 수입 공백이 생긴 셈이다.
이렇게 3사가 임차료 담합에 나선 아파트 단지 등은 총 8500여 곳에 이른다. 이중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연 임차료가 총 670만 원 인하되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임대차 시장에는 물결효과가 작용해 한 곳 임차료가 낮아지면 주변 시세가 따라 내려간다. 대기업들의 담합으로 아파트 입주민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3사는 또 기지국을 새로 설치할 때도 공통으로 적용할 ‘지역별 임차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활용했다. 기존에 빌린 땅에 4G, 5세대(5G) 장비를 추가로 설치할 때 적용할 임차료 상한선도 함께 정했다.
공정위 결정에 대해 SK텔레콤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며 통신품질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KT는 “공정거래법 준수를 위해 컴플라이언스 활동을 더 강화하겠다”고 했고, LG유플러스는 “공정거래위원회 의결서를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