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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싱가포르 같은 도시 국가로[기고/전준수]

입력 | 2024-01-26 03:00:00

전준수 서강대 경영대 명예교수


부산은 고령화가 가장 심한 도시 중 하나로 65세 인구 비율이 22.5%에 달하고, 특히 청년 인구(19∼34세) 10만 명이 지난 10년간 빠져나가 주로 서울로 이주했다. 일각에서는 부산을 실버수도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도 내놨지만 그보다는 기존에 추구했던 세계 해양금융 중심 도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그동안 주요 정책금융기관인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선박금융 인력과 조직이 부산에 이전해 해양금융종합센터를 출범시켰다. 이 외에도 부산에 본사를 둔 한국자산관리공사와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있고, 해양과 관계된 거의 모든 연구기관과 교육기관이 부산에 집중돼 있다. 이러한 물리적 집중에도 불구하고 시너지 효과는 미미하다. 모든 해양 관련 기관이 서로 협력하고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추진할 수 있는 조직과 에너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거버넌스가 명확하지 않다.

부산이 단지 해양금융 중심 도시의 비전을 넘어 세계 금융 중심 도시가 되기 위한 비약적인 비전을 새로이 정립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해운에서는 세계 8위 정도 되지만 조선업에서는 세계 1위다. 그러나 현재 세계 해양금융에서 차지하는 우리의 위치는 서울이 11위이고 부산이 33위이다. 런던, 뉴욕에 이어 싱가포르가 3위, 홍콩이 4위이다. 홍콩의 경우 중국이 홍콩의 금융 중심 도시로서의 기능을 축소해 상하이로 옮기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고, 미중의 정치적 경제적 갈등으로 그 위상이 급속히 저하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반사적 이익으로 급속히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리적인 한계성과 부동산 가격의 폭등, 비싼 생활비 등 삶의 질 저하로 매력도가 떨어져 해외 인재와 기관 유치에서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다.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부산은 삶의 질에 있어서 매력적인 도시다. 외국 인재와 금융기관에 대한 혁신적 세제 혜택과 교육시설, 주거 혜택, 의료 지원 등을 제공해 생활 여건의 국제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산시를 완전한 자율, 자유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싱가포르와 과거 홍콩 같은 국가 내 도시국가의 위상을 만들 필요가 있다. 최종적으로는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완전한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잠정적으로는 부산을 정부 직할시로 만들어 시장 및 주요 임원들도 정부가 임명하되 40, 50대의 젊은 경영자를 객관적인 평가하에 임명하고 젊은 패기와 혁신적 아이디어가 마음껏 발휘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세계의 금융 인재들이 모여들어 마음껏 꿈과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그런 장으로 만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국내와 해외의 우수한 인재들이 유입될 때 우리는 수적인 인구 열세에서 벗어나 새로운 차원의 국가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부산을 한국 안의 새로운 도시국가로 만들어야 한다.



전준수 서강대 경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