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수 서강대 경영대 명예교수
부산은 고령화가 가장 심한 도시 중 하나로 65세 인구 비율이 22.5%에 달하고, 특히 청년 인구(19∼34세) 10만 명이 지난 10년간 빠져나가 주로 서울로 이주했다. 일각에서는 부산을 실버수도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도 내놨지만 그보다는 기존에 추구했던 세계 해양금융 중심 도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그동안 주요 정책금융기관인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선박금융 인력과 조직이 부산에 이전해 해양금융종합센터를 출범시켰다. 이 외에도 부산에 본사를 둔 한국자산관리공사와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있고, 해양과 관계된 거의 모든 연구기관과 교육기관이 부산에 집중돼 있다. 이러한 물리적 집중에도 불구하고 시너지 효과는 미미하다. 모든 해양 관련 기관이 서로 협력하고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추진할 수 있는 조직과 에너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거버넌스가 명확하지 않다.
부산이 단지 해양금융 중심 도시의 비전을 넘어 세계 금융 중심 도시가 되기 위한 비약적인 비전을 새로이 정립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해운에서는 세계 8위 정도 되지만 조선업에서는 세계 1위다. 그러나 현재 세계 해양금융에서 차지하는 우리의 위치는 서울이 11위이고 부산이 33위이다. 런던, 뉴욕에 이어 싱가포르가 3위, 홍콩이 4위이다. 홍콩의 경우 중국이 홍콩의 금융 중심 도시로서의 기능을 축소해 상하이로 옮기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고, 미중의 정치적 경제적 갈등으로 그 위상이 급속히 저하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반사적 이익으로 급속히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리적인 한계성과 부동산 가격의 폭등, 비싼 생활비 등 삶의 질 저하로 매력도가 떨어져 해외 인재와 기관 유치에서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국내와 해외의 우수한 인재들이 유입될 때 우리는 수적인 인구 열세에서 벗어나 새로운 차원의 국가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부산을 한국 안의 새로운 도시국가로 만들어야 한다.
전준수 서강대 경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