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퇴진 선언한 백복인 사장 경영 사유화-쪼개기 정치후원 의혹 “어차피 새 사장도 백복인 사단” 자조 민영화 이후 사장 교체기마다 진통… FCP, 전현직 이사 21명 책임 물어
차기 사장 선임 절차를 밟고 있는 KT&G가 또다시 경영진을 둘러싼 부정 의혹에 휩싸였다. 2002년 민영화 이후 ‘주인 없는 기업’이 된 KT&G가 사장 교체기마다 겪어 왔던 진통이 이번에도 불거진 것이다. 백복인 사장의 퇴진 선언 이후에도 재임 시절 의혹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KT&G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내부 동요가 증폭되고 있다.
재단과 기금에 넘어간 약 1085만 주는 발행주식 총수의 7.9%에 달한다. 최대주주인 IBK기업은행(6.93%)보다도 지분이 높은 셈이다. 이 때문에 FCP는 자사주 증여가 백 사장과 전·현직 경영진의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한 우호 지분으로 활용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사주를 받아간 KT&G장학재단의 이사장이 백복인 사장이며 KT&G복지재단의 이사장이 민영진 전임 사장이기 때문이다.
차기 사장 선임 과정에 지배구조위원회와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거치지만 전원이 사외이사로 구성된 만큼 공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와 관련해 KT&G 전·현직 이사들의 외유성 출장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2017년 다수 국회의원에게 이른바 ‘쪼개기 정치자금’을 후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KT&G는 “해외사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제고는 의사결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비용은 항공료를 제외하고 1인 평균 680만 원 수준으로 사내 규정을 준용했다”고 해명했다.
앞서 KT&G는 2002년 민영화 이후 사장 교체기마다 안팎으로 진통을 겪어 왔다. 2010년 3월 전임 민 사장이 선임된 이후 2013년 정권이 교체되며 검경의 비리 혐의 수사가 진행됐고 결국 2015년 중도 사임으로 이어졌다. 이후 검찰은 2016년 민 전 사장을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했으나 1, 2, 3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이어 사장에 올랐던 백 사장 또한 2016년 검찰로부터 비리 의혹 수사를 받았으나 1심과 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이후 검찰이 상고를 포기한 바 있다. 이후 2018년 기획재정부가 작성한 ‘KT&G 동향 파악’ 문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민영화된 KT&G를 둘러싼 인사 개입 의혹이 처음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재계 관계자는 “주주가치와 미래 성장성을 최우선으로 공정한 인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