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 초기 자본금 적어 고금리 위험에 취약 금융사-시공사-수분양자 ‘도미노 손실’ 우려 자본요건 강화, 2금융권 무분별 참여 규제를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고금리 지속으로 국내 경제 및 금융시장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가계의 채무 상환 부담 증가와 함께 부정적 여파는 부동산 금융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라 지칭되는 자금 조달 수단이 최근 금융시장의 부실 뇌관으로 대두되고 있다. 부동산 PF는 기업의 신용·담보에 기초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금융과 달리, 조달 원천이 부동산 개발 사업의 미래 현금 흐름에 있다.
과거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경기 호황에 힘입어 부동산 PF는 부동산 개발의 일반화된 자금 조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가 나타나며 태영건설의 PF 부실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개발은 사업을 주관하는 시행사의 토지 매입과 사업 인허가 획득 등 초기 사업으로 시작된다. 시행사는 총사업자금의 10% 정도를 출자하고, 초기 사업 단계의 비용 대부분은 저축은행, 증권사, 캐피털 회사 등 제2금융권으로부터 충당한다. 이는 분양, 착공 등 본격적 부동산 개발 과정인 본사업으로 이어지는 연결자금이란 의미로 브리지론(bridge loan)이라 불린다.
고물가로 인한 건설비 증가, 대출금리 상승은 시행사의 사업성을 떨어뜨린다. 이로써, 시행사가 브리지론에 대한 이자 상환이 어렵게 되면 부도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고, 브리지론을 제공한 후순위자인 제2금융권의 대출채권 부실이 빠르게 현실화된다.
국내 부동산 PF 사업의 부실 원인은 시행사의 초기 자본금이 적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국내 PF 시장의 경우 건설 담당 시공사, 부동산을 분양받는 수분양자(受分讓者)가 금리 변동에 따른 미분양 위험을 함께 분담하는 점이 문제이다. 미국은 부동산 개발이 활성화된 대표적 국가인데, 시행사는 총사업비의 30% 정도를 자본금으로 확보하고, 사모펀드, 연기금, 리츠(REITs) 등 다양한 투자자를 통해 초기 사업자금을 조달한다. 특히, 미국의 부동산 PF에서 시행사는 충분한 사업자금을 확보해 수분양자의 계약금을 공사비로 충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출을 제공하는 미국 금융사의 경우 담보권 확보가 쉽다. 결국, 미국 금융사는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대출채권 부실의 경우 채권 보전 가능성이 국내 금융사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한편, 최근 브리지론으로 충당되는 PF 차입금의 만기 구조가 단기화된 점도 부동산 PF 부실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는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신용경색 발생, 고금리 기조 지속 등 금융시장 변화에 따른 차환위험(refinancing risk) 증가로 나타난다. 금리 및 공사원가 상승으로 인한 PF 사업성 악화에 따른 시행사의 신용등급 하락은 발행금리 상승, 차입 기간 축소 등 자금 조달 여건을 악화시킨다.
특히, 브리지론으로 충당한 차입금의 만기 도래 시점이 짧아질수록 향후 금리 상승에 따른 차환 발행 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태영건설도 최근 PF 사업의 차환 과정에서 발행금리가 10%를 넘어서는 등 조달 여건 악화에 시달려 왔다.
결론적으로 국내 부동산 PF의 부실로 인한 금융사의 재무건전성 악화와 시행사의 파산으로 인한 시공사, 수분양자, 투자자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우선, 부동산 개발을 주관하는 시행사의 자본 요건 강화를 위한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자본금으로 토지 매입 등 초기 사업비를 충당함으로써 브리지론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어 고금리로 인한 시행사의 부도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금융 당국은 제2금융권의 무분별한 부동산 PF 참여를 제한함으로써 금융 소비자의 손실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 금융 당국은 또한 부동산 PF 채무보증, 브리지론을 제공하는 제2금융권에 대한 위험노출(exposure)액 수준을 제한하고, PF 집중 위험에 대한 규제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