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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년 금주국가’ 사우디에 첫 주류 판매점… 빈 살만 개혁 가속

입력 | 2024-01-26 03:00:00

비무슬림 외교관만 이용 가능
매장선 신분증-휴대전화 제출
제한적이지만 변화 바람 눈길




이슬람 율법을 엄격히 지켜 아직까지도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금주 국가’로 남아 있던 사우디아라비아에 첫 주류 판매점이 등장했다. 1952년부터 주류 소비를 금지해 온 사우디에선 72년 만이다.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탈(脫)석유’와 ‘산업 다각화’를 목표로 추진하는 개혁 정책 ‘비전 2030’ 계획의 일부라는 평가가 나온다.

AP통신 등은 24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 내 외교단지에 각국 외교관을 대상으로 하는 주류 판매점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만 21세 이상이며 이슬람 교도가 아닌 사람만 술을 구입할 수 있고, 월별 구매량도 정해져 있다. 구매 가능자에게는 한 달에 240포인트가 주어진다. 1L 기준 증류주는 6포인트, 와인은 3포인트, 맥주는 1포인트가 차감되는 식이다. 술의 종류 또한 제한적이다. 당분간 일부 와인, 맥주, 증류주 등만 판매된다.

이 매장을 방문한 한 익명의 외교관은 AP통신에 흥미로운 방문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 매장이 각국 유명 공항의 면세점에 있는 고급 주류 매장 같았다”면서도 “매장 직원들이 외교관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또 술을 둘러보는 동안 휴대전화를 가방 안으로 넣으라고도 했다”며 완전히 자유로운 쇼핑은 아니었다고 했다. 휴대전화로 촬영한 술 사진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외부에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사우디는 이슬람 근본주의 이념인 ‘와하비즘’의 본산이다. 인근의 같은 수니파 왕정국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등은 허가를 받은 식당 및 가게에서 비(非)무슬림 외국인에게 오래전부터 술을 판매했지만 사우디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해외 국적기가 자국 영공에 진입했을 때도 주류 서비스를 중단하라고 강요할 정도로 금주 규정이 엄격했다.

2017년 집권한 무함마드 왕세자는 2030년 사우디를 경제강국으로 만들겠다는 ‘비전 2030’에 따라 각종 금기를 하나씩 허물고 있다. 이에 따라 금주 못지않게 제한이 엄격했던 여성 운전 등 각종 억압 조치를 철폐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의 남녀 분리 정책도 상당 부분 완화됐다. 이에 해외 유명 가수의 콘서트가 개최되고 영화관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