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영업이익 1위, 기아는 2위 ‘14년 왕좌’ 지켰던 삼성전자 제쳐 북미-유럽서도 판매 10% 넘게 늘어 전기차 시장 둔화-중국내 부진 ‘과제’
25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빌딩 모습. 2024.01.25. 뉴시스
현대차와 기아는 25일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연간 영업이익 15조1269억 원, 11조6079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현대차는 54.0%, 기아는 60.5% 뛰었다. 두 회사 합산 영업이익은 26조7348억 원에 달했다. 이로써 현대차와 기아는 반도체 시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6조5400억 원·잠정치)을 크게 앞질렀다. 지난해만 따지면 자동차가 반도체를 제치고 국내 대표 업종으로 등극한 셈이다.
사상 최대 실적의 배경은 고부가가치 차량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2010년대에는 이익이 적은 소형 세단 위주로 많이 팔았는데, 최근에는 대당 단가가 비싼 SUV의 비중이 높아졌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 세계 판매량 가운데 SUV 비중(제네시스 제외)이 53.9%에 달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친환경차 판매량은 127만1000대로 전년 대비 27.9% 증가했다.
자료 : 현대차
이와 함께 시장 규모가 큰 북미와 유럽에서 현지 맞춤형 차량을 앞세운 것도 주효했다. 현대차의 경우 북미(108만4000대), 유럽(63만6000대) 판매량이 각각 14.2%, 11.6% 늘었다. 기아도 미국(78만2000대), 서유럽(57만2000대)에서 각각 12.8%, 5.4%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내수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에서 배터리의 부품과 핵심 광물을 조달한 전기차에 대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이다.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계기로 중국 내 점유율이 곤두박질친 데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고환율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자료 : 기아
이를 통해 현대차는 올해 전 세계에서 424만 대, 기아는 320만 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보다 각각 0.6%, 3.6% 높은 수치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