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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형악재도 없는데… 작년 성장률 1%대로 추락

입력 | 2024-01-26 03:00:00

25일 오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2024.01.25. 뉴시스


지난해 한국 경제는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한 가운데 1.4% 성장하는 데 그쳤다. 오일쇼크나 금융위기, 글로벌 팬데믹 같은 초대형 외생 변수가 없었는데도 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1.4%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0.7%)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다. 2022년(2.6%)에 비해서는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뚜렷한 대형 악재가 없는 상황에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2.0%)에도 못 미치는 1%대에 그치면서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는 1960년대 경제개발이 본격화한 이후 2차 오일쇼크 때인 1980년(―1.6%),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그리고 코로나19 당시인 2020년을 제외하고는 항상 2%가 넘는 성장률을 이어 왔다.




작년 소비 1.8% 증가 그쳐… “한국경제, 저성장 고착화” 우려



작년 경제성장률 1.4%
中경기침체-부동산 PF 위기 영향
“올해 잠재성장률 0%대” 관측도

지난해 한국 경제는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민간과 정부 소비 증가율 모두 1%대로 곤두박질쳤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마저 중국 경기 둔화로 발목이 잡혔다. 올해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대내외 위기가 도사리고 있어 2년 연속 1%대 성장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소비 증가율은 1.8%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직전 해인 2022년(4.1%)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 정부 소비는 전년 대비 1.3% 늘어난 데 그치면서 2000년(0.7%) 이후 23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수출 회복이 더뎠던 것도 지난해 부진한 경제 성적표를 받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로 수출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예기치 못했던 중국의 부동산발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의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10∼12월)에서야 회복 조짐을 보였다. 지난해 수출 증가율은 2.8%였는데, 2021년 11.1%로 반등한 이후 2022년(3.5%)을 거쳐 계속 감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한파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회복이 예상되지만 경제 회복의 온기가 내수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기로에 선 한국 경제가 반등하지 못한 채 장기 저성장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저성장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올 상반기(1∼6월) 경기 부양책을 쓰겠다고 했지만, 부동산 PF나 중국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내수 부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일반적으로 연구기관들은 잠재성장률이 1%대 혹은 0%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하고 있다”며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 구조적 변화, 세계공급망 재편, 기후 변화 위기 등이 잠재성장률을 짓누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은은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022년(3만2886달러)보다 소폭 늘어난 3만3000달러 중반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