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러시아/폴 대니어리 지음·허승철 옮김/580쪽·2만9000원·고려대출판문화원
문호 니콜라이 고골부터 소련시대 지도자 트로츠키, 브레즈네프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우크라이나인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러시아에서도 자기네 문호이자 지도자로 여겨지는 인물들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일대는 러시아 건국신화에서 기원으로 간주된다. 하나의 역사적 뿌리를 둔 두 나라가 3년째 50만 명이 넘는 대규모 사상자를 내며 격렬한 전쟁을 벌이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저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를 연구해온 미국 정치학자로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최근까지 양국 관계사를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흔히 지역학 전공자들이 해당 국가의 역사에 천착해 특수성만 강조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안보딜레마(특정국의 안보를 위한 방어적 행동이 상대국의 안보 불안을 심화시켜 갈등을 초래하는 현상) 같은 국제정치 일반이론을 적절히 결합해 보편성을 지향하는 균형감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서구 관점에서 일방적인 러시아(혹은 푸틴) 책임론으로 기울지 않는 객관적 시각을 내세우고 있다. 다시 말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맞선 러시아의 팽창주의 혹은 권위주의 통치를 강화하려는 푸틴의 검은 의도로만 전쟁의 원인을 단순화하지 않는다는 것. 그 대신 저자는 국제관계와 더불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서구의 국내 정치 변수를 포함해 다각도로 분석한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