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모를 복통을 호소한 학생이 있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대학병원까지 왔다. 병원마다 각종 약을 처방해도 병이 낫지 않는다고 부모는 하소연한다. 알고 보니 이 학생은 학교에서 변을 참다 실수를 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저자는 자녀의 트라우마에 귀 기울이지 않고 병원부터 찾는 부모와, 환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지 않고 약부터 처방하는 의사가 빚어낸 현상이라고 꼬집는다.
이 책은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인 저자가 한국 의료계의 고질적인 ‘의료 쇼핑’(환자가 여러 병원을 오가며 과도한 진료를 받는 것)을 다뤘다. 병동에서 실제 경험한 사례를 바탕으로 의사와 환자, 가족이 되려 병을 키우는 현실에 대한 분석과 대안을 담았다.
저자는 의료 쇼핑의 원인으로 3가지를 꼽는다. 의사가 의학 지식으로만 환자를 대하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검사와 처방을 남발하는 ‘의원병’이다. 부모와 자녀의 소통이 부족하거나, 자신의 걱정을 덜려는 부모에 의해 나타나는 ‘가족원병’도 있다. 손실을 피하고 싶은 의료진과 가족의 과잉 보호가 맞물린 ‘의가족원병’ 유형도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