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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앉는 변기를 건강검진 기기로… 비만과 피부까지 관리할 터”[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입력 | 2024-01-27 01:40:00

소변으로 AI 건강관리 솔루션 만드는 ‘옐로시스’
삼성전자 출신들이 3년여 전 창업… 가정용 스마트 좌변기와
공공용 포도당 검사시스템 등 개발… AI 활용해 검사 결과 반정량 분석
다른 생체검사 데이터와 결합… “건강관리 종합 솔루션 제공”



탁유경 옐로시스 대표가 22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가정용 스마트 변기와 공공 화장실용 센서인 ‘서클’이 장착된 남성용 소변기를 두고 소변 자동 검사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매일 별도의 노력을 들이지 않는데도 내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는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랩’에서 분사한 옐로시스(대표이사 탁유경·43)는 우리가 매일 한 번은 보는 소변으로 건강검진의 일상화를 앞당기는 스타트업이다. 신장 기능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의 정기적인 소변검사가 간편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의 건강 이상을 재빨리 알아챌 수 있게 돕는 것이 회사의 비전이다. 소변 속 포도당량이나 단백질량 같은 생체 지표를 매일 측정하면 자연스럽게 변화 양상을 인지하게 된다. 그 변화가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면 병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게 된다. 그리고 더 건강한 음식과 운동을 늘리게 된다. 22일 서울 강남구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탁 대표는 “1월 초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스마트 헬스 토일렛(스마트 변기·심 시트)과 친환경 스마트 소변 검사 키트로 혁신상을 3개 받았다”며 “스마트 변기는 우리보다 의료기관 접근이 쉽지 않은 미국 등에서 더 많은 관심을 보여 올해 하반기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먼저 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 가정용 변기가 소변 검사해 앱으로 전송

스마트 변기의 사용 방식은 깔끔하다. 좌변기에 앉아 검사 버튼을 누르면 검사지가 부착된 검사대가 변기 측면에서 변기 중앙으로 이동한다. 소변이 검사지에 닿아 반응이 일어나면 검사대는 다시 변기 측면으로 이동하고 인공지능(AI)이 색깔을 자동으로 분석한다. 검사 결과는 블루투스로 연결된 휴대전화 앱에 바로 전송된다. 이후 검사대는 검사지를 분리하고 변기의 가운데로 이동해 자가 세척을 한 뒤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옐로시스는 소변 검사 자동화를 위해 변기에 그냥 버려도 되는 생분해성 검사지를 별도로 개발했다.

스마트 변기가 검사하는 항목은 포도당과 단백질 등 5가지다. 포도당은 당뇨병과 심근경색 췌장염 등과 관련 있는 지표이고 단백질은 신장 질환과 임신 중독 등과 관련이 있다. 잠혈(요로감염과 결석, 비뇨기암 등과 관련)과 케톤(체지방 분해 여부 및 케톤산증 등과 관련), 산성도(pH, 대사성 산증, 요로감염 등과 관련)도 검사한다. 건강검진에서 일반적으로 하는 소변검사는 여기에 백혈구 검사 등 5가지 정도가 더 있다.

서울대 약학 박사인 탁 대표는 “단백뇨 검사 등 수요가 많은 성분으로 축약해 검사지를 개발했다”며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스마트 변기나 공중 화장실용 요당 검사기, 스마트 소변검사 키트 등으로 건강의 이상을 감지한 분들이 정확한 검진을 위해 병원으로 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중 화장실용 소변검사기(심 서클)는 남성용 소변기에 소변이 닿는 부위에 놓은 원반형 기기다. 포도당을 검사해 기준치(dL당 100mg)를 넘어서는 소변이 닿으면 빨간색 불로 경고 신호를 보낸다. 일시적으로 경고를 받을 수 있겠지만 여러 공중 화장실에서 자주 경고를 받게 되면 병을 의심해 병원을 찾게 된다. 이는 개인의 안녕을 지키는 것은 물론 질병과 관련한 사회적 비용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 소변검사 키트(심 보트)는 개인이 간단한 검사 패드에 소변을 본 후 검사지의 색깔 변화로 건강의 이상 유무 조짐을 알 수 있도록 하는 키트다. 색깔이 변한 검사지를 휴대전화로 촬영하면 AI가 색깔의 변화 정도에 따라 검사 결과 값을 앱을 통해 알려준다.

소변검사 키트는 의료기기 인증을 받아 작년 9월부터 판매 중이고, 반려동물 소변검사 키트(심 펫)도 최근 동물용 의료기기 인증을 받고 곧 판매를 시작한다. 스마트 변기와 공중 화장실용 소변검사기는 올해 판매를 시작한다.

● 질병 조기 모니터링에 관심 가지다 창업

옐로시스는 삼성전자의 의료기기사업부 출신들이 만들었다. 탁 대표는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을 거쳐 2015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박사 학위 주제가 질병의 조기 검진을 돕는 고민감도 질병 진단법 개발이었다.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에서 혈액 진단 시약을 개발해 상용화하기도 했다. 그러다 삼성전자의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이 주관하는 사내 공모대회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출한 것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탁 대표는 “어린 시절 동생이 갑자기 신장이 나빠져 고생하는 것을 보고 ‘이런 질병을 미리 알 수 있으면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오랫동안 가졌고, 그 해결책을 찾다 소변검사를 일상에서 하는 방법을 고안해 아이디어로 냈다”고 했다.

공동 창업자는 이종군 최고품질책임자(CQO)다. 탁 대표는 시약 개발을, 그는 하드웨어 개발을 맡았다. 삼성종합기술원을 거쳐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탁 대표와 같이 스마트 변기를 만들게 됐다.

옐로시스는 2019년부터 삼성전자 내에서 스마트 변기 개발을 시작했다. 사내 벤처로 있다가 분사를 해 창업한 시기가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0년 11월이다. 탁 대표는 “코로나19로 경제가 얼어붙어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사업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며 “코 안을 면봉으로 찔러 분비물을 검사하는 코로나19 검사는 거부감이 아주 높은 체외진단법인데 전 인류가 모두 이를 경험하면서 일반인들의 체외진단키트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시장이 확대되는 효과도 가져왔다”고 했다.

● “질병 발견 넘어 건강관리 툴로 유용”

올해 1월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옐로시스 탁유경 대표(왼쪽)가 참관객에게 스마트 변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옐로시스 제공 

지금까지의 소변검사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해 번거로웠고, 색깔 변화를 육안으로 표준 색지와 비교하는 방식이어서 정확도가 떨어졌다. 무엇보다 그렇게 측정한 데이터는 그냥 사라져서 매일 매일의 건강관리에 활용하기가 힘들었다.

옐로시스는 소변검사를 자동화함으로써 새로운 시대와 시장을 열고 있는 셈이다. 옐로시스는 소변검사 데이터를 웨어러블 기기의 다른 생체 데이터, 건강검진 데이터, 가정용 사물인터넷(IoT) 데이터 등과 결합해 올바른 식단을 추천하는 AI 서비스까지 개발했다.

옐로시스는 미국에서 시니어 원격 케어 통합 플랫폼 구축을 위한 시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해외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탁 대표는 “소변검사가 필요한 만성 신장 질환자 수는 2017년 기준 8억 명인데,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소변검사가 질병 예방과 예후 모니터링 수단을 넘어 건강을 개선하는 도구로 더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옐로시스는 기대하고 있다. 탁 대표는 “질병의 근원이 되는 비만을 관리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는데, 살을 빼기 위한 운동이 제대로 되고 있으면 소변 속 케톤의 양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그는 “소변검사로 식습관에 따른 영양 상태 등 20종 이상의 건강상태 및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했다.

탁 대표는 “앞으로 소변검사 지표 패턴과 건강 패턴 정보를 기반으로 다양한 생활 관리 추천 프로그램까지 만들 것”이라며 “세계에서 소변검사를 활용한 건강 관리 종합 솔루션을 가장 먼저, 가장 믿을 만하게 내놓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