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인지한 로봇, ICT센터에 통보
“몸을 움직일 수 없어. 살려줘.”
20일 대전 동구 인동에 위치한 한 영구임대아파트. 김모 씨(70)는 자택에서 넘어져 머리를 부딪쳤다. 홀로 살다 보니 도와줄 가족이 없었다. 그때 김 씨는 인공지능(AI) 돌봄 로봇 스피커(사진)에 이렇게 외쳤다. 이날 오후 2시 9분 위급상황을 인지한 돌봄 로봇은 즉시 ICT센터에 통보했고, 이후 119구조대가 긴급 출동했다. 10여 분 뒤 도착한 구조대는 즉각 김 씨의 상태를 살폈다. 김 씨는 머리를 다쳐 출혈이 발생한 상태였다. 협심증과 뇌질환 증상을 보인 가운데 구조대는 신속한 지혈 등 응급 처치 후 병원으로 이송했다. 김 씨는 생명에 지장 없이 현재 퇴원했다고 한다.
응급 상황에서 AI 기반 돌봄 스피커 로봇이 홀몸노인의 생명을 구한 것이다. 대전도시공사는 홀몸노인의 고독사 예방을 위해 SKT와 협약을 맺고 지난해 4월부터 돌봄 로봇 AI 스피커 보급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대전도시공사가 관리하는 영구임대아파트 6개 단지, 42곳의 가정에 이런 돌봄 로봇이 설치돼 있다. 도시공사 측은 “지난해 보급 이후 긴급 상황 신고 접수는 종종 있었지만, 이번과 같이 신고 이후 구조까지 진행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