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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은 얼어붙는데… 땅값은 아직도 오르고 있다[황재성의 황금알]

입력 | 2024-01-27 08:00:00

1: 작년 지가 0.8% 상승…금융위기 이후 최저
2: 고금리 기조에 경제 전반 침체가 직격탄
3: 토지거래량도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
4: 2022년 토지가액 총액은 7000조 원 눈앞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지난해 땅값 상승률이 0.8%로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세계 최대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예정지인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는 6.% 넘게 치솟아 눈길을 끌었다. 뉴시스

‘지난해 땅값 상승률 15년 만에 최저’

지난 24일 주요 언론사들이 일제히 보도한 기사의 제목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이날 발표한 ‘2023년 전국 지가변동률 및 토지거래량’을 토대로 작성된 것입니다. 핵심은 지난해 전국 지가가 0.82% 상승했는데, 금융위기로 땅값이 떨어졌던 2008년(-0.3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는 것입니다.

거래량도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전체 토지(건축물 부속토지 포함)의 연간거래량은 약 183만 필지로 전년(약 221만 필지) 대비 17% 넘게 줄었습니다. 특히 순수 토지거래량은 71만 필지로 전년(97만 필지) 대비 27% 이상 감소했습니다.

주택경기가 침체에 빠지더라도 토지시장은 꾸준하게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추진하는 택지개발이나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으로 인해 토지 가치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975년부터 시작한 지가변동률 조사에서 전국 땅값 상승률이 1%대 미만으로 떨어진 게 이번을 포함해 12번에 불과합니다. 결국 지난해 지가상승률이 0.8%대에 머문 것은 그만큼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각하다는 뜻입니다.

다만 개발 특수로 지가 상승률이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며 오른 곳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경기 용인시 처인구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후보지로 지정되면서 지난해 6% 넘게 땅값이 뛰었습니다.

한편 전국 전체 땅값(‘토지가액’)은 2022년 기준으로 6891조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018년과 비교하면 불과 5년 만에 43%가량 급증했습니다. 같은 기간 토지면적이 불과 0.7% 늘어난 점을 감안할 때 교통 개발 등에 따른 가치 상승보다는 2020년까지 지속됐던 부동산 경기호황에 따른 결과로 풀이됩니다.

주간 또는 월간 단위로 한국부동산원과 민간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가격동향을 내놓는 집값과 달리 땅값은 관련 정보가 많지 않습니다. 주택과 달리 거래 건수가 많지 않고, 정보 수집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특히 아파트분양가에서 수도권 지역의 경우 땅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습니다. 국토부가 매월 발표하는 지가변동률 조사와 ‘국토교통 통계누리’에 게재하는 지가 관련 통계자료의 의미를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 1975년 이후 9번째로 낮았던 지난해 땅값 상승률

전년 대비 토지가격 증감률

전국지가변동률조사는 정부가 1975년부터 토지정책 수행과 감정평가 등에 활용할 목적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통계자료입니다. 2005년 이전까지는 분기(3개월) 단위로 조사가 이뤄졌다가 이후부터 월 단위로 진행됩니다. 전국 250개 시군구와 3163개 기초자치단체(읍면동)를 대상으로 하되, 8만 개 표본필지를 실측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자료입니다.

국토부가 24일 발표한 ‘2023년 전국 지가변동률 및 토지거래량’에 따르면 2023년 전국 지가는 0.82% 상승했습니다. 상승폭이 2022년(2.73%) 대비 1.91%포인트(p), 2021년(4.17%)과 비교하면 무려 3.35%p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상승률은 금융위기로 부동산경기가 극심한 침체에 빠지면서 땅값이 떨어졌던 2008년(-0.32%) 이후 15년 만에 가장 낮은 것입니다. 또 지가변동률 조사가 시작한 1975년 이후로 기간을 확대해도 지난해 지가상승률은 9번째로 낮습니다.

첫해였던 1975년 26.99%를 기록한 땅값은 이후 1991년까지 17년 동안 4차례를 제외하고 두 자릿수의 고공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이 기간 1981년(7.51%)과 1982년(5.40%) 1985년(7.00%) 1986년(7.30%) 등 한 자릿수 상승률을 보인 해에도 그 폭은 5%를 넘었습니다. 고도 경제성장에 따른 활발한 국토개발 사업으로 토지 가치가 급상승했고, 땅값이 폭발하던 시기였습니다.

1기 수도권 신도시 입주의 영향으로 1992년(-1.27%) 처음 떨어진 땅값은 이듬해인 1993년 금융실명제 전격 도입 등의 여파로 7.38% 급락했습니다. 이후에도 좀처럼 1% 선을 넘지 못하던 땅값은 1998년 무려 13.60% 폭락합니다.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겁니다.

그런데 이듬해인 1999년 김대중 정부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내수 활성화를 목적으로 각종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자 땅값은 2.94% 상승하면서 반등에 성공합니다. 이후 2000년(0.67%)과 2001년(1.32%)에 숨을 고른 뒤 2002년(8.98%)부터 2007년(3.89%)까지 3~8%대의 고공행진을 펼칩니다.

전세계를 덮친 금융위기의 여파로 부동산경기가 극심한 침체에 빠지면서 2008년(-0.32%) 땅값은 다시 떨어집니다. 하지만 하락세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이듬해인 2009년(0.96%)부터 다시 상승한 뒤 2016년까지 1~2%대의 안정적인 상승세를 유지한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2017년(3.88%)부터 2021년(4.17%)까지는 3~4%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가 시작되면서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2022년(2.73%)부터 상승폭을 줄이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1% 밑으로 내려앉았습니다.


● 수도권·비수도권 모두 하락…거래량도 대폭 감소

지난해 땅값 상승률은 전년과 비교해 수도권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다만 재건축 기대감이 컸던 서울 강남구 등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의 지가상승률은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서울 강남구 아파트 전경. 동아일보 DB

지난해 지가상승률을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3.03%→1.08%)과 비수도권(2.24%→0.40%) 모두 2022년보다 크게 낮아졌습니다.

다만 지역별로 온도차가 있습니다. 예컨대 시도별로 보면 세종(3.25%→1.14%) 서울(3.06%→1.11%) 경기(3.11%→1.08%) 등 3개 지역은 전년보다 폭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지난해 상승률이 전국 평균(0.82%)을 웃돌았습니다.

시군구 단위에서는 용인시 처인구(6.66%) 성남시 수정구(3.14%) 경북 군위군(2.86%) 경북 울릉군(2.55) 서울 강남구(2.43%) 등 50개 지역의 지가상승률이 전국 평균을 크게 넘었습니다.

용도지역별로는 주거(2.62%→0.72%)부터 상업(3.20%→0.91%) 공업(2.93%→1.04%) 녹지(2.87%→1.23%) 보전관리(2.00%→0.35%) 농림(2.22%→0.52%) 자연환경(1.54%→0.30%) 등의 상승폭이 모두 2022년보다 줄었습니다.

이용상황별로도 전(3.14%→1.03%) 답(2.74%→0.87%) 주거용 대지(2.12%→0.64%) 상업용대지(3.25%→0.86%) 임야(2.02%→0.66%) 공장용지(3.07%→1.28%) 기타(2.08%→0.60%) 등이 모두 상승폭을 크게 반납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서 “토지 용도나 이용상황을 가리지 않고 지가상승폭이 줄어든 것은 경기 침체가 부동산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경제 전반에서 나타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거래량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지난해 전체토지(건축물 부속토지 포함) 거래량은 182만6000필지로 전년(220만9000필지) 대비 17.4%(38만3000필지) 감소했습니다. 2021년(329만7000필지)과 비교하면 감소폭은 44.6%(147만1000필지)로 더 커집니다.

건축물 부속토지를 제외한 순수한 토지거래량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71만 필지로 전년(97만4000필지) 대비 27.1%(26만4000필지) 줄었습니다. 2021년과 비교하면 감소폭은 43.1%(53만8000필지)로 늘어납니다.

전체 토지거래량에서도 17개 시도별로 온도차는 발생했습니다. 서울(0.66%)과 대구(18.5%) 대전(6.9%) 등 3곳은 전년보다 지난해 거래량이 오히려 늘었습니다. 반면 나머지 14개 시도는 모두 줄었습니다.

다만 순수토지 거래량은 17개 시도 모두 감소했습니다. 특히 세종(-46.0%) 부산(-42.7%) 대전(-40.0%) 등 3곳은 감소 폭이 무려 40%를 넘었습니다.

용도지역별이나 이용상황별 토지거래량은 유형에 상관없이 모두 하락세를 면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최근 5년 평균 거래량과 비교하면 지난해 대부분의 유형에서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2022년 토지가액 총액 6891조 원…전년 대비 11% 증가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땅값(토지가액)이 6891조 원으로 집계됐다. 5년 전과 비교해 무려 43% 증가한 규모다. 사진은 전남 나주 느러지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풍경으로, 영산강이 굽이쳐 흐르면서 만든 지형이 한반도 모양을 빼닮았다. 동아일보 DB

한편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땅값(‘토지가액’)이 7000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국토부는 최근 이런 내용의 토지소유현황 통계를 국토교통 통계누리((stat.molit.go.kr)에 게재했습니다.

토지소유현황 통계는 지자체가 등록한 토지대장 임야대장 등 지적공부 정보를 바탕으로 전국의 토지소유 현황을 정리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소유 구분부터 용도지역 및 지목별 규모, 개인·법인·비법인별 토지소유 상황 등 39종의 다양한 토지 관련 정보가 담겨있습니다.

토지소유현황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토지가액은 6891조 원으로 전년도(6207조 원)에 6000조 원을 처음 넘어선 뒤 1년 만에 다시 11% 넘게 증가했습니다. 5년 전인 2018년(4835조 원)과 비교하면 무려 42.5%가 증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토지가액은 지적공부에 등록된 토지면적과 지번수, 단위면적(㎡) 당 공시지가를 곱해서 산정하는 일종의 땅값”이라며 “저금리 등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급등에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했던 공시가 현실화 정책으로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풀이했습니다.

실제로 토지가액은 지난 문재인 정부 때 매년 급상승했습니다. 2018년에 전년 대비 8.2% 상승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에 9.1%, 2020년에 6.7%가 각각 올랐고, 2021년엔 10.3%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시도별로 보면 서울이 2261조 원으로 전년(2009조 원)보다 12.6% 증가했습니다. 서울 토지가액도 2017년 1374조 원에서 매년 7~12%씩 오른 뒤 2021년 처음으로 2000조 원대에 진입했고, 2022년에 또다시 크게 늘었습니다.

나머지 전국 시도 가운데 서울에 근접한 지역은 경기도(1786조 원)뿐입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300조 원 이하에 머물렀고, 세종시(55조 원)는 100조 원을 밑돌았습니다.

반면 서울시내에서는 100조 원을 넘는 곳이 7곳이나 됐습니다. 강남 서초 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와 한남동 재개발, 이촌동 리모델링, 용산정비창 개발사업 본격화 등에 대한 기대심리로 들썩였던 용산구, 대기업 등이 밀집해 있는 중구, 영등포구, 마포구 등입니다. 전년도(4곳)보다 3곳이 추가됐습니다.

강남구(367조 원)와 서초구(242조 원)는 2021년에 각각 300조 원과 200조 원을 돌파했고, 송파구(205조 원)도 2022년에 마침내 200조 원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이밖에 용산구(113조 원) 영등포구(107조 원) 중구(107조 원) 마포구(102조 원) 등도 100조 원 벽을 넘어섰습니다.

서울 이외 지역에서 100조 원이 넘은 곳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111조 원)와 경기 화성시(140조 원) 두 곳이었습니다. 또 삼성전자가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잇는 경기 평택시(94조 원)도 100조 원 진입을 목전에 뒀습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