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심리] 미래 이익 위해 현재 어려움 참는 ‘자제력’ 뛰어나… 부모의 신뢰도도 중요
쇼핑몰을 돌아다니다 보면 장난감 가게에서 부모와 아이가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아이는 장난감을 사달라 하고, 부모는 “나중에 사줄게, 오늘은 그냥 가자”라며 아이를 설득한다. 하지만 아이는 잘 설득되지 않고 계속 졸라댄다. “나중에 사줄게”라고 계속 말하는 부모를 보니 좀 걸린다. 저런 식으로 아이를 설득하는 게 괜찮은 방법일까.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가 거론되지만 그 중심에는 투자가 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아니면 사업을 하든 투자에는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이 있다. 바로 현재 이익보다 미래 이익을 더 중요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이 투자다. 따라서 현재보다 미래를 중시하고 행동할 때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 이는 꼭 돈과 관련된 얘기만은 아니다. 수험 공부든, 자격증 공부든, 아니면 어떤 특별한 기술을 익히든 현재보다 미래 이익을 중시할 때 실천할 수 있다. 즉 부자가 되거나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현재보다 미래를 더 중요시하는 것이 필수다.
대부분 눈앞 이익만 생각
그런데 문제가 있다. 많은 사람이 말로는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하지만 실제 행동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1981년, 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는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람들에게 다음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① 1년 후 사과 1알 받기(365일 후 사과 1알 받기)
② 1년하고 하루가 지나서 사과 2알 받기(366일 후 사과 2알 받기)
사람들은 당연히 ②를 선택했다. 하루 기다려 사과 1알을 더 받는 게 어떻게 봐도 이득이다. 세일러 교수는 이어서 다음 중에서는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① 오늘 사과 1알 받기
② 내일 사과 2알 받기
하루 기다리면 사과를 2배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때 절반 이상의 사람이 오늘 사과 1알을 선택했다. 첫 번째 선택에서 하루를 기다려 사과 1알을 더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막상 지금 당장이 되자 내일 사과 2알보다 오늘 사과 1알을 선택한 것이다. 이성적으로는 미래 이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행동은 오늘 이익에 중점을 둔 결과다. 이 실험은 사람들의 이성과 실제 행동이 서로 괴리된다는 행동경제학의 기초 연구가 됐다.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살펴봤다. 그런데 기다렸다가 2개를 받은 아이들, 미래 이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한 아이들의 삶이 확실히 더 나았다. 자신의 사회적 목표를 잘 달성하고 있었고 몸도 더 건강했다. 미래를 위해 현재 어려움을 참는 능력, 즉 자제력이 개인의 성공을 이끈다는 시사점을 던진 연구 결과다.
자제 위해선 신뢰 있어야
장난감을 사달라는 아이에게 “나중에”라고 말했다면 약속을 지켜야 한다. [GETTYIMAGES]
현재보다 미래를 중시하면 더 잘산다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미래를 위해 현재를 참는 자제력을 가질 수 있을까. 성인은 이런 사실을 스스로 인식하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가능할 수 있다. 그럼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이런 자제력이 생길까. 자제력은 아이의 천성이 아니다. 천성이라면 12세나 4세나 동일한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4세 아이들은 자제력이 없었다. 12세 아이들은 자제력이라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자라는 동안 쌓인 경험이 아이들의 자제력 차이를 만들어냈다.
둘째, 아이들의 선택은 소위 있는 집 아이냐, 아니냐의 영향을 받았다. 있는 집 아이, 집안이 넉넉한 아이는 미래를 위해 기다릴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집이 넉넉하지 않은 아이는 미래의 2개보다 지금 당장 1개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다. 부유한 집 아이가 부모와 함께 쇼핑을 한다고 해보자. 솜사탕이 먹고 싶어 부모에게 사달라고 했다. 이때 부모가 지금은 안 된다고 하고 나중에 사주겠다고 한다. 안 된다고 한 이유는 오늘 이미 사탕같이 단것을 먹어서일 수도 있고, 시간이 없어서일 수도 있으며, 돈을 쇼핑에 딱 맞춰 가져와 여유자금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 어쨌든 부모가 지금은 안 되고 나중에 사주겠다고 한다. 아이는 아주 어려서는 부모의 안 된다는 말에 울고 졸라댔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좀 들어서는 부모가 나중에 사준다고 했을 때 정말로 나중에 사준다는 것을 알기에 부모의 말을 믿고 기다린다. 부모가 “나중에”라고 말해도 지금 당장은 참고 기다릴 줄 아는 것이다. 연구자가 “30분 후 마시멜로를 하나 더 주겠다”고 하면 충분히 기다릴 수 있다.
반면 있는 집안이 아닌 경우는 어떨까. 아이가 솜사탕을 사달라고 했을 때 “나중에”라고 말한다. 그런데 많은 경우 이때는 정말로 나중에 사주겠다는 뜻이 아니다. 아이가 지금 졸라대는 걸 달래려고 하는 말일 뿐이다. 건강상 문제 때문이라면 안 된다고 하지 “나중에”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보통 사주고 싶어도 그럴 경제적 여유가 없을 때 “나중에”라고 변명하곤 한다. 차마 “돈이 없어서 안 돼”라고 할 수는 없어서 “나중에”라는 말로 지금 당장을 모면하려는 것이다. 이런 경험이 계속 쌓이면 아이는 “나중에”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부모는 “나중에”라고 말하지만 지금 당장 사지 않으면 살 기회가 없어진다. 계속 울면서 지금 당장 사달라고 졸라대야 한다. 연구자가 “30분 후 마시멜로를 하나 더 주겠다”고 해도 넘어가선 안 된다. 지금 눈앞에 있는 1개를 빨리 먹어야 한다.
부유한 집 부모가 모두 “나중에”라는 약속을 지키는 것은 아니다. 또 가난한 집 부모가 모두 “나중에”라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 많은 가정에서 “나중에”라는 말이 별 신뢰 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회에는 부유한 집보다 가난한 집이 더 많은 법이고, 그러면 자연히 “나중에”라는 말을 잘 믿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세일러 교수의 사과 연구에서 내일의 사과 2알보다 오늘의 사과 1알을 선택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도 충분히 이해된다. 사람들은 나중에 사과 2알을 준다는 말을 진심으로 믿지 못한다. 잘 알지도 못하는 연구원이 내일 사과를 주겠다고 하는데 그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지금 당장 1알을 받는 게 이익이다.
미래 불신 심어주는 습관 지양해야
투자를 제대로 하려면 현재 이익을 포기하고 미래 이익을 기대하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돈 투자만이 아니라 인생 투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미래 이익을 기대하며 현재 이익을 포기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믿어야 한다. 진심으로 앞으로 더 큰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믿어야 제대로 투자할 수 있다. 미래를 믿지 못하면 투자가 어렵고, 설령 투자하더라도 마음이 불안해 오래 버틸 수 없다. 투자자는 이런 일반적인 마음을 의식하고 미래를 믿는 사고방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 가정과 사회에서는 미래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는 습관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 아이에게 나중에 사줄 생각이 없으면서 “나중에”라는 말로 상황을 넘어가려 하는 것도 피해야 할 방식일지 모른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25호에 실렸습니다〉
최성락 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