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보다 2배 이상 큰 경제적 충격 발생
대만에는 ‘붉은 해변’으로 불리는 지역들이 있다. 붉은 해변은 중국군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해안 상륙 작전 교두보로 삼을 가능성이 큰 대만 해변 요충지 14곳을 말한다. 대만군은 지난해 말 타오위안 해변에서 육군 6군단 예하 부대를 동원해 대규모 실전 훈련을 실시했다. 이곳은 수도 타이베이시와 신베이시가 인접한 지역으로 타오위안국제공항과 육군사령부 등 핵심 인프라가 자리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침공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만군은 붉은 해변 지역을 20곳으로 확대했다.
“中, 통일 명분으로 침공 가능”
2022년 5월 7일 중국군이 대만 침공을 가정해 수륙 양용 장갑차를 동원한 상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PLA 제공]
대만군은 어느 때보다 중국군의 침공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인 국방안전연구원(INDSR)은 총통 선거 직전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군이 동원하는 상륙작전 병력이 1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우시푸 국방안전연구원 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중국군이 대만 상륙을 결정하면 먼저 공습과 미사일 공격으로 대만군 지휘통제 시스템을 마비시킬 것이고, 공항·항만 같은 주요 인프라와 산업시설 등도 파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만 국방부도 “중국과 전쟁이 발발하면 모든 곳이 전쟁터가 될 것”이라면서 “전장의 전후방 구분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에선 라이칭더 당선인에 대한 중국의 강경 입장을 볼 때 자칫 대만 침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1월 14일 “대만 독립은 대만 동포의 안녕을 위협하고, 중화민족의 근본 이익을 훼손하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끊어진 길이자 죽음의 길”이라고 밝혔다. 왕 부장의 발언은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분석이 많다. 사실상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며 위협한 것이다.
친미·반중 성향이 강한 대만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왼쪽)과 샤오메이친 부총통 당선인이 1월 13일 선거 승리가 확정된 후 수도 타이베이에서 지지층과 손을 맞잡고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2가지 갈등 시나리오
주목할 점은 한국이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피해 규모다. 한국은 경제적 피해 규모가 GDP의 23.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전쟁 당사국인 대만에 이어 두 번째로 심각한 수준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 파장은 산업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다.
북한 개입 가능성 有
주목할 점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북한이 한국과 전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개발담당 부차관보는 “중국이 미국과 전쟁을 벌이기로 각오하고 대만을 침공한다면 북한을 부추겨 한반도와 주한미군 등에 문제를 일으키도록 만들어 전선을 2개로 늘리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버트 갈루치 미국 조지타운대 명예교수도 “미국과 중국이 대만 문제를 놓고 대치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의 독려로, 혹은 독려가 없더라도 한국에 핵 위협을 가해 중국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중국이 전쟁 없이 대만을 1년간 전면 봉쇄하는 두 번째 시나리오의 경우 GDP 감소 규모가 대만(12.2%), 중국(8.9%), 세계경제(5%), 미국(3.3%) 순으로 높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 경우 세계경제가 대만 반도체에 대한 접근성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지만 아시아 해운 중단, 금융시장 붕괴 등 여타 충격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훙쩐 비상임 선임연구원은 “대만은 전 세계 반도체의 63%, 첨단 반도체의 73%를 공급하는 글로벌 교역의 중요 국가”라며 “부분적인 해상 봉쇄만으로도 반도체 가격과 국제 공급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국 투자컨설팅 회사 인디펜던스 스트래티지도 “앞으로 일어날 분쟁 유형은 대만에 대한 디데이(D-day) 식 상륙 작전이 아니라 혼란과 봉쇄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대만 침공이 아닌 봉쇄만으로도 수요 감소, 인플레이션 상승 등 전 세계경제에 최악의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 역시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한국 무역 물동량의 43%가 대만해협을 통과하고, 수출입 화물의 99%가 선박으로 운송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해군 항공모함 산둥함 전단. [PLA 제공]
시진핑 4연임도 변수
서방 전문가 대부분은 앞으로 양안 및 미·중 관계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라이 당선인의 임기 중인 2027년 10월 시 주석의 4연임을 결정하는 제21차 중국공산당 대회가 열린다는 점도 변수다. 에반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향후 5년간 미·중 및 양안 관계는 결코 안정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대만해협 내 무력 충돌 리스크는 향후 일상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미국의 지원 의지와 억제력 등을 면밀히 검토해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할지, 그렇다면 시기와 방법은 어떻게 할지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25호에 실렸습니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