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단체방에 “당원 뜻 거스리고 어떻게 선거 치르냐” 지난 총선 때도 전 당원 투표로 위성정당 창당 명분 당내 일각 “강성 지지층 동원해 지도부 뜻대로 하겠다는 것”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에 보도된 이재명 대표의 흉기 피습 당시 경찰 보도자료를 보여주며 이 대표의 피습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올해 총선 선거제와 관련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친명(친이재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이 민주당 소속 의원 단체 대화방에 ‘권력별 (병립형) 비례제’ 도입을 위한 전 당원 투표를 주장했다. 당내에서는 지난 총선에서도 전 당원 투표로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했던 민주당이 또다시 강성 지지층을 동원해 ‘권역별 비례제’ 도입을 관철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 최고위원은 이날 민주당 의원들이 모인 텔레그램 대화방에 당내 일각의 연동형 비례제 도입 주장을 비판하면서 ‘권역별 비례제’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 최고위원은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을 무시하고 비당원과 비지지자들로 선거를 치르자는 것이냐”며 “더 확장하자는 뜻으로 이해하지만 민주당 선거 승리의 99%가 당원과 민주당 지지자(에 달려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이분들 뜻을 거스리고 어떻게 선거를 치르냐”며 “(당원들의) 뜻을 먼저 살피자는 차원에서 전 당원 투표를 제안한다”고 했다. 정 최고위원의 글에 진성준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이 “이제는 지도부가 결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18일 이재명 대표가 “151석 단독 원내 1당”을 총선 목표로 제시한 후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병립형 회귀’에 힘을 싣고 있었다. 이를 두고 26일 민주당 의원 79명이 준연동형 유지와 ‘반(反)윤석열 야권연합’을 주장하는 등 당내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총선 당시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따라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에 참여할지를 두고 당내 격론이 일자 ‘전 당원 모바일 투표’로 결정한 바 있다. 당시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가 위성정당 창당을 원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강성 당원을 중심으로 찬성 캠페인이 벌어졌고, 74.1%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된 바 있다.
당내에서는 또다시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당론 밀어붙이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초선의원은 “전 당원 투표는 결국 지도부가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건데, 인기 투표 식으로 알리바이를 만들어서 밀어붙일 거면 정치가 왜 필요하냐”고 비판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