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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5명중 4명 ‘고독사 위험군’

입력 | 2024-01-29 03:00:00

복지부, 고독사 예방 실태조사 결과
중증 위험군 22.4%… 男 8.6%P 높아
고위험군 63% 하루 1끼만 먹어
“조기 발굴 시스템 등 관리 시급”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이모 씨(57)는 9년 전 사업에 실패하고 이혼한 뒤 혼자 살기 시작했다. 단칸방을 전전하다가 월세를 못 내 2년간 노숙도 했다. 구청 자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술을 끊고 고시원에 방을 얻었지만 현재 소득은 약 71만 원의 기초생활수급자 생계급여가 전부다. 이 씨는 “전단 배포 아르바이트 등으로 월 30만∼50만 원가량을 벌기도 했지만 당뇨로 건강이 악화돼 최근엔 일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며 “가족과 친구들에게 진 빚이 너무 많아 더 이상 짐이 되고 싶진 않다. 지인들과도 연락을 끊은 지 오래”라고 했다.

국내 1인 가구 5명 중 4명은 사회적 고립을 겪고 있어 ‘고독사 위험군’에 속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1인 가구 5명 중 1명은 ‘고독사 중증 위험군’에 속해 관리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2412건이었던 국내 고독사는 2021년 3378명으로 4년 만에 40%가량 늘었다.



● “1인 가구 78.8%가 고독사 위험군”


보건복지부는 만 19세 이상 1인 가구 947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2년 고독사 예방 실태조사 연구’ 결과를 28일 공개했다.

연구진은 △이혼 실직 노숙 등의 경험 △일주일간 하루 평균 식사 및 외출 횟수 △최근 10년간 이직 횟수 등으로 구성된 10점짜리 10개 문항을 활용해 위험군을 선별했다. 70∼100점은 고위험군, 40∼60점은 중위험군, 10∼30점은 저위험군으로 분류하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전체 1인 가구의 2.6%는 고독사 ‘고위험군’, 19.8%는 ‘중위험군’, 56.4%는 ‘저위험군’으로 분류됐다. 고독사 위험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경우는 21.2%에 그쳤다.

고독사 위험이 가장 높은 그룹은 중장년 남성이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경우 고위험군과 중위험군을 합친 ‘중증 위험군’ 비율이 26.7%로, 여성의 18.1%보다 8.6%포인트 높았다. 연령별로는 50대의 중증 위험군 비율이 35.4%로 60대(31.2%)와 70대 이상(18.8%)보다 높았다. 50대의 위험 비율이 60대 이상보다 높은 것은 기초연금 등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족 부양의 의무가 큰 50대에 직장을 잃거나 노동력을 상실하면 가족 관계가 소원해지고 사회적으로도 고립되기 쉽다”며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사회 안전망에서도 벗어나 있어 1인 가구 중 가장 사각지대가 많은 연령층”이라고 했다.



● “고위험군 63.4%, 하루 한 끼만 먹어”


연구진은 고독사 중증 위험군 중 2023명에 대해 심층 조사도 실시했다. 고위험군 63.4%와 중위험군 19.3%는 하루 평균 식사 횟수가 1회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돌봄 서비스는 식사 준비 25.1%, 친구 만들기 18.6%, 일자리 상담 13.3% 등으로 조사됐다. 중증 위험군 중 최근 1년 안에 자살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는 응답은 18.5%, 자살 시도를 한 적 있다는 응답은 6.4%였다.

전문가들은 고독사 위험군을 조기 발굴해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생애주기별로 고독사 위험 요인을 찾아내고 기존 제도에서 누락된 사각지대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미래생산성 손실, 의료비 부담 등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 교수는 “아직 노동력이 충분한 중년층에겐 직업훈련이나 재교육 등 경제활동 참여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면 본인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