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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학원 대치동 쏠림 심화… ‘사교육 카르텔’ 압박에도 학원 숙소 동나

입력 | 2024-01-29 03:00:00

[‘N수 공화국’의 그늘]
지방서도 월 500만원 ‘대치 유학’
“학교와 달리 강압적일수록 인기
자녀 공부 CCTV 공개하는 곳도”




현재 재수학원 대부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 등 이른바 ‘사교육 특구’로 불리는 서울 일부 지역에 밀집해 있다. 그중에서도 대치동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만점자와 표준점수 전국 수석을 동시에 배출한 대치동 학원에 지방에서 온 재수생들이 몰리면서 인근 학사(숙소)가 동났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 학원은 최근 정부의 ‘사교육 카르텔 근절’ 정책의 주 타깃이기도 했는데 인기는 오히려 더 높아졌다고 한다.

반면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 재수학원 등은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예전엔 동작구 노량진동에도 재수학원이 많았는데, 지금은 공무원 학원 등이 자리를 대부분 대체했다”며 “재수학원 시장은 대치동이 장악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지방 출신이 대치동 재수학원에 다니려면 학원과 학사 비용, 용돈을 포함해 많게는 월 500만 원 가까이 든다. 대학 한 학기 등록금에 육박하는 금액이 매달 나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녀가 한두 명인 만큼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는 부모들은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 이유원 한국학원총연합회장은 “동일한 브랜드 학원이 지방에도 있고 강사의 질도 크게 차이나지 않지만 또 실패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학부모들은 자녀를 대치동으로 보낸다”고 말했다.

대치동 재수학원과 학사는 강압적인 관리 시스템으로도 유명하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학교에선 교권이 추락해 학생 지도가 어렵다고 하는데 재수학원은 강압적인 방식일수록 인기”라며 “지방에서 학생을 보낸 학부모일수록 불안한 마음에 적극적으로 통제해 주는 걸 선호한다”고 했다.

재수학원 대부분에서 휴대전화는 학원에 들어가는 순간 제출해야 한다. 태블릿PC는 자습시간에 인터넷 강의(인강)를 듣는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 카카오톡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다가 걸리면 벌점이나 정학 대상이 되고, 거듭되면 제적을 당한다. 재수학원 복도에 실명을 밝히며 ‘김××. 전자기기 사용 위반. 벌점 10점’의 문구가 붙어 있는 경우도 많다. 대치동 한 재수학원 관계자는 “자녀가 집중해 공부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학부모를 위해 강의실 폐쇄회로(CC)TV를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곳도 있다”고 했다.

아직 정시모집 합격자 발표가 나지 않았지만 대치동 학사들은 지방에서 온 학생들로 붐비는 모습이다. 대치동의 한 학사 관계자는 “보통 이 시기엔 대학 합격자 발표가 나지 않아 비교적 한산한데 학사의 70% 정도는 학생으로 채워졌고 들어오겠다는 문의도 많다”고 했다. 다른 학사 관계자는 “N수생도 있지만 방학을 활용해 학원 특강을 들으러 온 지방 고등학교 재학생도 있다”며 “정부의 사교육 카르텔 단속에도 대치동 학원가가 인기인 건 공교육만으로는 좋은 대학에 가기 어렵다는 인식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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