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철도-가덕도신공항 입법 등
추가 재정부담 감안않고 ‘총선 사업’
정부도 감세 대책 등 잇달아 쏟아내
“포퓰리즘에 나라살림 부담” 지적
여야가 사업성을 따지지 않고 밀어붙이는 국가 재정 사업의 규모가 21대 국회 들어서만 5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 해에만 60조 원에 이르는 세수 결손이 전망되는 등 나라 살림이 쪼들리고 있지만, 국회는 추가 재정 부담을 감안하지 않고 표에 도움이 되는 예산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역시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의 세금을 깎아주거나 재원 마련 계획이 불명확한 대규모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 국회, 45조 국가사업 예타 면제 추진
28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입법으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해 추진하는 사업 규모가 45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과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의 경우 국회가 예타 면제 조항을 넣어 이미 통과시켰다. 이 중 대구와 광주를 연결하는 달빛철도 사업은 단선 기준으로 정부 예산 6조 원이 투입된다. 헌정 사상 최다인 261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할 정도로 여야가 합심해서 처리했다. 지난해 4월 통과된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은 대구에 있는 군공항(K2)과 민간공항을 이전시키고 새 공항을 짓는 사업으로 2조6000억 원 규모다. 부산 가덕도에 동남권 신공항을 짓는 사업은 13조4900억 원이 소요되는데, 역시 예타 면제 조항과 함께 2021년 통과됐다.
이 밖에 예타 면제를 추진 중인 법안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김포·파주 등 인구 50만 명 이상인 접경 지역의 교통 건설 사업에 대해 예타를 면제하는 법안(국가재정법 일부개정안)은 현재 기획재정위원회 소위까지 통과했다. 지하철 5호선을 김포까지 연장하는 것(3조 원 소요) 등을 목적으로 한 법안이다. 20조 원이 소요되는 수원 군공항 이전 사업 법안 역시 예타를 면제하는 특례를 규정했다. 예타는 총사업비 500억 원(국비 300억 원) 이상이 드는 사업의 경제성 등 타당성을 검증하는 제도다. 예타 면제가 계속 발생할 경우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나라 살림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 정부는 총선용 대책 쏟아내
정부 역시 총선을 앞두고 국가재정에 부담이 되는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 등 감세 대책을 줄줄이 발표하는가 하면 소상공인 전기료 감면, 건강보험료 인하 등 공기업과 건보 재정을 악화시키는 조치도 잇달아 내놨다. 하지만 정작 재정 곳간은 날이 갈수록 빈약해지는 상태다. 최근 정부의 추계 결과를 보면 작년 세수는 당초 정부 예산안보다 59조1000억 원이나 적은 규모다. 정부가 예산 지출을 최대한 줄인다고는 하지만 올해 역시 관리재정수지는 92조 원 적자가 예상된다. 국가채무도 올해 1196조2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1.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당국 관계자는 “하나둘 예타 면제 사례가 생기다 보면 앞으로는 봇물 터지듯 늘어날 수 있다”며 “포퓰리즘에 국가 재정이 힘들어지면 결국 그 책임은 재정당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총선을 앞두고 건전재정 기조는 지켜지지 않으면서 SOC사업 지출이 늘고 있다”며 “세입 기반이 약화되는데 지출만 커져 중장기적으로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