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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선배에 무심코 자료 보여줬다, 자기도 모르게 유출범 돼”

입력 | 2024-01-29 03:00:00

[교묘해진 핵심기술 유출]
“범죄라는 인식조차 없는 경우 많아
보안 인프라 취약한 中企지원 시급”




기술 유출은 한 번 발생하면 기업과 국가에 수천억, 수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손실을 입힐 수 있다. 하지만 국가정보원 기술 유출 조사관들은 “아는 선배가 한번 보자고 해서 만나 무심코 보여준 자료가 모여 기술 유출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자기도 모르게 기술유출범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기술자들에 대한 보안 교육 등 사전 피해 방지 시스템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보안 관련 인프라나 인력을 갖추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국정원 A 조사관은 “산업 현장을 보면 기술 고도화에만 관심이 많을 뿐 기술 안보와 정보 보호 측면에서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며 “최근에야 기술 유출 문제가 이슈가 되며 관심이 높아졌지만, 그동안은 기술 유출이 범죄라는 인식조차 갖지 못한 사람이 허다했다”고 말했다. 실제 적발된 뒤 법정에 서고 나서야 뒤늦게 심각성을 깨닫고 반성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산업계에서는 이 같은 인식 부족을 개선하려면 학생 때부터 기술 보안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국정원이 2021년부터 KAIST와 손잡고 학부 및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연구보안 교과과정을 신설해 졸업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정원은 KAIST를 비롯한 국내 4개 과학기술원과 함께 연구보안교육 협의체도 발족시켰다.

또 대기업에 비해 기술 유출에 취약한 중소기업을 위한 보안 지원도 시급하다.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는 26일 중소기업 정보기술(IT) 보안 가이드라인을 발간하고 기업들이 보안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소개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보안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유출 사실도 제때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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