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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명품거리 1층’에 들어선 갤러리… 정치 불안정에도 건재한 ‘미술 허브’

입력 | 2024-01-29 03:00:00

메가 갤러리 ‘하우저 앤드 워스’
센트럴 인근 빌딩 15층서 옮겨와… “접근성-홍보효과 최우선 고려”
경매사 크리스티-소더비도
자체 경매장-전시장 개관 앞둬… 미술 관계자들 “中 여전히 큰손”




사자춤과 함께 문을 연 하우저 앤드 워스 홍콩 새 갤러리에서의 아이반·마누엘라 워스 부부(가운데). 이들 부부는 하우저 앤드 워스의 공동 대표다. 하우저 앤드 워스 제공

24일 명품 쇼핑몰과 고급 호텔이 늘어선 홍콩 ‘퀸스 로드 센트럴’가에서 중국 전통 사자춤이 펼쳐졌다. 도로 옆 인도에서 춤을 시작한 사자 두 마리는 이날 이전·개관한 갤러리 ‘하우저 앤드 워스’로 향했다. 이후 입구에 서 있는 두 명의 갤러리 대표, 아이반·마누엘라 워스에게 부(富)를 상징하는 상추를 던졌다. 복(福)을 기원하는 붉은색 옷을 입은 갤러리 직원들은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갤러리 벽에는 개관전 작가로 선택된 중국 출신 장언리의 신작 회화가 걸려 있었다. 글로벌 갤러리 하우저 앤드 워스의 새 홍콩 갤러리가 문을 여는 현장을 국내 일간지 중 유일하게 찾아 취재했다.





● 15층에서 명품 거리 1층으로



하우저 앤드 워스는 1992년 스위스에서 설립돼 전 세계 18개 지점을 거느리고 있는 ‘메가 갤러리’로, 루이즈 부르주아(1911∼2010), 알렉산더 콜더(1898∼1976), 필립 거스턴(1913∼1980), 헨리 무어(1898∼1986) 등 20세기 서양 미술 거장 작가의 작품 여럿을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아트바젤 홍콩에서는 부르주아의 거미 조각 작품을 2250만 달러(약 300억 원)에 팔아 그해 페어 최고가를 기록했다. 아시아 유일 지점인 홍콩 갤러리를 6년 만에 이전한 새 공간이 개관 하루 전인 23일 글로벌 미디어에 공개됐다.

새 갤러리를 가보니 고급 쇼핑거리 1층에 자리해 월등해진 접근성이 돋보였다. 2018년 개관 당시 하우저 앤드 워스 홍콩은 센트럴 구역의 H퀸스 빌딩 15·16층에 있었다. 이곳은 서울옥션도 홍콩 지점을 냈던 곳이다. 아트페어 기간 컬렉터들은 여러 갤러리를 한 번에 방문하는데, 엘리베이터의 긴 대기 시간이 단점으로 꼽혀왔다.

갤러리 측은 이전을 결정하는 데 있어 접근성은 물론이고 눈에 잘 띄는 ‘홍보 효과’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일레인 곽 하우저 앤드 워스 아시아 경영 파트너는 “갤러리 바로 맞은편이 고급 쇼핑몰 랜드마크와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이라며 “입구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고객에게 갤러리가 자연스럽게 노출될 것”이라고 했다.

새 공간은 929m²(약 280평) 규모로, 전시 공간은 388m²(약 117평)다. 특히 1층 전시 공간은 223m²(약 67평)로 이전보다 두 배 확장됐다. 곽 파트너는 “1층이 기둥 없이 4m 층고로 넓게 펼쳐진 것도 달라진 점”이라며 “대로변으로 큰 창을 내 자연 채광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인근 미술대학 학생들의 전시 관람 등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중국, 아시아 미술시장 견인할 것”




장언리 개인전 ‘얼굴들(Faces)’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모습. 하우저 앤드 워스 제공

글로벌 경매사인 크리스티와 소더비도 올해 이 지역에 자체 경매장과 전시장 개관을 앞두고 있다. 그간 두 경매사는 완차이구의 홍콩컨벤션센터를 임대해 경매를 열었는데, 북미와 유럽처럼 이제는 아시아 컬렉터를 겨냥해 자체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때 팬데믹과 정치 불안정으로 홍콩의 아시아 미술 허브 역할이 위태로운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글로벌 미술 시장 관계자들은 구매력 높은 중국 부유층에 여전히 베팅하는 모습이다. 곽 파트너는 “중국 경제 규모가 아시아 최대인 것은 확실하다”며 “중국이 앞으로도 아시아 미술 시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아트바젤과 스위스 금융사 UBS가 글로벌 고소득자 컬렉터 28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중국 컬렉터의 68%가 2024년에도 예술 작품 구매를 하겠다고 답한 것도 눈길을 끈다. 뒤이어 일본(63%), 이탈리아(62%) 순이었다. 미국은 58%, 영국은 50%였다.





홍콩=김민 기자 kimmin@donga.com